윤박 “‘기상청’ 한기준, 지질해도 용기 얻었죠” [쿠키인터뷰]

윤박 “‘기상청’ 한기준, 지질해도 용기 얻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4-04 08:00:02
배우 윤박.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그는 불안했다. 대본을 아무리 봐도 인물의 행동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한없이 지질했고 뻔뻔했다. 이해하려 노력하다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캐릭터를 끌어안게 됐다.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힘들었던 작품을 끝내서가 아닌, 새로운 것들을 얻어서다.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은 배우 윤박에게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자양분을 남겼다.

윤박은 ‘기상청 사람들’에서 기상청 대변인실 소속 통보관 한기준 역을 맡았다. 번듯한 외모와 깔끔한 복장, 단정한 모습과 달리 그는 흠이 많은 인물이다. 10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 진하경(박민영)과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우더니 외도 상대 채유진(유라)과 곧장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고도 진하경에게 받던 일적인 도움은 그대로 취하려 한다. 신혼집 지분을 7%만 갖고도 매매가의 절반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직구로 구매한 TV를 국내에서 샀다고 속여 구입가 이상의 돈을 받아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이 같은 한기준의 행보를 언급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순탄치 않았어요. 배우는 캐릭터를 만나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부터 하거든요. 이번 작품은 그 당연한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하하. 평소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렸던 작업이었어요. 접점을 찾기도 힘들었죠.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과 동료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런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아서 만족도가 더 높아요. 얻은 것도 더 많은 기분이에요.”

배우 윤박이 출연한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 스틸컷. 앤피오엔터테인먼트,  JTBC 스튜디오 제공

지질한 캐릭터였다. ‘역대급’이라는 말도 따라붙을 정도였다. 그래서 윤박은 오히려 당당히 캐릭터를 마주했다. 윤박은 한기준을 ‘자신의 말과 행동에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는 인물’로 정의했다. 윤박은 “(한)기준이가 말은 그렇게 해도 의도가 악의적이지는 않다”면서 “그가 가진 순수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순수함에 초점을 맞추자 한기준의 지질함은 더욱 실감 나게 표현됐다. 그는 “지질해 보이려고 노력한 건 절대 아니”라면서 “기준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기준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준이의 좋은 점을 보려고도 했어요. 성정이 나쁜 사람은 정말 아니거든요. 할 말은 다 해도 나쁜 의도를 가진 건 아니고, 상대방이 반론을 펼치면 빠르게 수긍해요. 융통성이 있다고 할까요? ‘쟤라면 어디서든 저럴 수 있을 것 같아’에서 ‘쟤’를 맡고 있는 거죠. 여러 모습을 가진 게 기준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윤박은 한기준의 본질을 무엇으로 봤냐는 질문에 “채유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남자”라고 답하곤 곧장 몸서리를 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 중 한기준은 채유진과 균열이 일어난 이유를 서로가 아닌 진하경과 이시우(송강) 등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면서 이들 관계는 점점 더 삐걱거린다. 윤박은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가정이 화목한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며 “한기준은 분명히 성장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작인 tvN ‘너는 나의 봄’ 종영 인터뷰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가정 꾸리기’로 말했던 윤박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배우 윤박.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한기준은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가정을 잘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그 방법을 모르고 외부에만 눈을 돌리죠. 하지만 본질에 집중하면서 관계가 회복됐어요. 사실 기준이의 결혼 생활은 제 이상과 너무나도 달라요. 저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좋거든요. 지금도 여전히 예쁜 말만 하며 배려하는 부부 사이를 꿈꿔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건 여전히 제 중요한 목표예요. 한기준으로서 결혼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니 조심해야 할 것들을 더 알게 됐어요.”

한기준과 함께 윤박 역시 성장했다. 시청자들은 ‘한기준은 죄 있어도 윤박은 죄 없다’는 말로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드라마에 쏠리는 지지는 윤박에게 힘이 됐다. 불안감과 걱정은 자신감과 용기로 변했다. “방송 전에는 ‘이번엔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던 윤박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서툴더라도 자신에게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필모그래피를 다채롭게 채워가고 있는 그에게 연기는 늘 탐나는 영역이다. 욕심은 열정이 되고, 도전으로 이어진다.

“제가 느끼던 불안감은 과거의 제가 했던 용기 있는 선택들 때문이었어요. 실패 때문에 자존감도 낮아졌거든요. 하지만 저는 잘할 수 있는 연기만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 버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리스크 있는 역할을 맡고 질타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도전은 재밌고 큰 성취감을 줘요.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기준에 도전한 거예요.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을지라도 분명한 자양분이 돼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모르게 쌓이는 경험들을 믿어요. 그래서 저는 변신보다 도전을 하고 싶어요. 연기 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요.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를 납득시키는 배우가 되겠죠? 꼭 그러길 바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