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통해 한국의 공공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보건의료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재난적 상황에서야 깨닫고 돌아보고 있다. 정치권은 반드시 호응하고 움직여야 한다.”
나순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공동으로 주최한 ‘4·7 보건의날 기념 지방선거 정책 요구’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 증상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인사말을 대독했다.
9‧2 노정합의 약속 이행 위한 10대 공약 제시
이들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이 공공의료정책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9‧2 노정합의에서 약속한 공공의료 확충이 이뤄지기 위해선 지방의 공공병원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와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6.1 지방선거 공약 연구를 함께 한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분출된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계속 탄력을 받을지 여부는 지방의 공공병원 설립 요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6.1 지방선거 공공의료와 인력확충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70개 중진료권별 빠짐없는 공공병원 구축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민주적 구축 △시‧도 보건국 독립 등 재난의료 대응 체계 구축 △인구고령화 대비 보건소 및 민간 병의원과 함께 하는 지역사회 통합 건강돌봄 체계 구축 △공공의료지원단→공공보건의료재단 법인화 △공공보건의료 특별 회계 신설 등을 요구했다.
또한 △공공병원 인력 기준 조례 제정 및 보건의료인력계획 수립 등 인력 정책 제도화 추진 △공공병원 모든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도입 △유급병가‧노동자 건강센터 추진 △지역 공공의료체계와 인력 확보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 추진 등도 언급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확보 방안도 논의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공공병원 신축‧증축, 운영‧인력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을 비롯해 신종감염병 및 지역사회 통합건강돌봄 등 통합적인 보건의료 사업 추진 등 중장기적 보건의료 투자 전략을 위한 특별회계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개발기금‧재난관리기금‧담배소비세 등을 재원으로 공공보건의료특별회계 설치를 하게 된다면 대략 17개 시‧도에서 1조8955억원의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개 시도당 대략 1115억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 ‘공감’
정치권도 화답했다. 이들은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제도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면 축사를 통해 “공공의료 강화는 증가하는 보건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며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공의료 관련 제도 정비 뿐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이 지방에서도 근무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저도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국회에서 관련 정책과 제도를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거주지역에 따라 건강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공공의료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공공의료 역할과 중요성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10%도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이 80%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했다.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의 운영 주체인 지방 정부가 사명감을 가지고 지방 의료원 설립을 비롯해 재정 확보와 인력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토론에서 “펜데믹 위기를 겪은 뒤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공감 여론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대부분 지역주민의 정서를 반영하기 때문에 공공의료 확충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후보자 간 지역이 다르더라도 공공의료에 대한 공통된 목소리가 전국에서 나오면 실행력이 담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주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은 “9‧2 노정합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들고 고민하겠다”며 “대선에서 정의당이 내세웠던 ‘주4일제’가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도입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위탁 운영 형태의 병원이 정책 사각지대에 있지 않은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정태흥 진보당 정책기획위원장은 “9‧2 노정합의는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체계 및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정권이 교체돼도 국민과의 약속은 이행돼야 한다”며 “중앙에서 지방까지 공공의료 및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의료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