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검언개혁’(검찰·언론 개혁) 블랙리스트 문제로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와 전화 폭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형성된 ‘팬덤 정치’가 지지를 결속시키기도 하지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내 강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 검언개혁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배포했다.
해당 카페에서 활동하는 지지자들은 “검언개혁 신중·반대론자 이름을 밝혀야 한다”며 “검언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표를 하지 않겠다. 무응답과 거부 의원들에게 전화를 해달라” 등의 글이 대규모로 올라오고 있다.
다른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엑셀을 이용해 정리한 파일로 해당 민주당 소속 172명의 통화 여부, 찬성 여부, 특이사항을 정리한 비고 등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또 질문에서 ‘찬성’이라고 확실하게 답변하지 않으면 ‘반대’와 다름없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팬덤 정치는 역사가 오래됐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팬인 ‘문꿀오소리’,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 중 강성지지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문자나 전화 당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문꿀오소리’ 커뮤니티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반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덤정치가 강점과 단점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팬덤정치가 가진 응집된 힘이 타 집단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팬덤정치는 개혁이나 위기상황에서 정치인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며 “노사모를 시작으로 팬덤정치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팬덤정치의 큰 강점인 응집력이 타 집단을 배척하고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팬덤정치는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의 팬덤정치는 정치인 개인이 아닌 당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12만명이 새로운 당원으로 가입하고 격려문자, 문자 폭탄 등을 보내는 등 기존의 결과는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