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11주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강남·서초구의 상승폭이 커졌고,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는 용산의 상승폭도 확대됐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대선 이후 집값 불안 조짐이 확산되자 규제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1주(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매매가격은 0.01%, 전세가격은 0.02% 하락했다. 수도권(-0.02%→-0.02%)은 하락폭이 전주와 동일했고, 서울(-0.01%→0.00%)은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지방(0.01%→0.01%)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서울은 강북권에서 하락폭이 줄고 강남권에서 재건축과 중대형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북권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해 가는 용산구(0.01%→0.02%)의 상승폭이 올라갔다. 노원(-0.02%→-0.01%), 성북구(-0.02%→-0.01%) 등의 하락세도 축소됐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0.01%→0.02%)와 서초구(0.01%→0.02%)의 매매가격이 상승폭이 확대됐으며, 송파구(0.01%)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대체로 매물이 감소하고 매수세가 소폭 증가하는 가운데 강북권은 하락폭이 축소됐다”며 “강남권은 재건축과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시장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수위가 규제완화 정책 기조를 내세우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치솟고, 이러한 부작용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시장에 불안 조짐이 실제 보이면서 규제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까지 드러내고 있다.
인수위 신용현 대변인은 지난 6일 “부동산 정책은 나올 때마다 시장 반응이 빠르고 한 가지 정책을 발표하면 부작용 같은 것이 나오기 때문에 한 가지(정책이 확정)가 됐다고 내보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인 부동산 정상화 로드맵을 만들고 (정책 관련) 부작용도 생각해서 (정책을) 발표하는 순서와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도 지난 3일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전체 부동산 정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후보자는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속도조절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해 “주택을 사기 위해 빚내는 사람들이 소득 능력을 벗어나는 것을 자제시키자는 것이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너무 빚을 많이 내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고 부도가 일어나 전체 금융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이 균형있게 추진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정책이 선행되야 한다”며 “시장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면서 규제 완화가 진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