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종말 관련 회의가 몇 번일 것 같아요? 경제붕괴, 핵누출, 배기가스의 대기파괴, AI의 반란, 가뭄․기아․역병, 외계인침공, 인구증가, 오존층의 구멍, 요점은 내가 바쁘다는 거예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가슴에 간직할게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높이 1㎞가 넘는 거대한 쓰나미가 지구를 휩쓸고, 지진으로 지구가 부서져 버린다. 히로시마 원폭의 10억 배의 가공할 위력으로, 지구에 살던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될 것이다’라는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천문학과 대학원생(제니퍼 로렌스)의 경고에 대한 미국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의 답변이다.
시간이 흘러 사태가 긴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통령은 혜성을 파괴할 미사일을 발사하려다가 중도에 포기한다. 거대 IT 기업의 CEO인 피터 이셔웰(마크 라일랜스)의 의견에 따라 혜성을 한 번에 폭파시키지 않고 조각조각 내어 이용하기로 한다. 혜성에 140조 달러나 되는 광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올리언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냉동 항해 인공위성을 타고 20,000년 후의 세계로 도피한다. 미래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올리언이 공룡에게 잡혀 먹힌다. 지구에는 1명의 생존자만 남고 인류는 멸망한다.
이 영화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과도 같이 ‘안전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은 ‘안전사고에 대하여 주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불안전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의 문제점은, ‘하인리히 법칙’에서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사망 또는 중상’이 1번 발생하기 전에 ‘경상’(인적, 물적 손실 수반) 29번, ‘무상해사고’ 300번, ‘아차사고’ 3,000번,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가 300,000번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안전불감증에 의한 불안전한 행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사소한 사고가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지며, 결국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혜성충돌이라는 자연재난을 가정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와우아파트 붕괴사건(1970. 4. 8.),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사고(1971.12.25.), 이리역 폭파사건(1977.11.22.), 서해훼리호 침몰사고(1993.10.10.), 성수대교 붕괴사건(1994.10.21.), 대구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1995. 4.28.), 삼풍백화점 건물 붕괴사고(1995. 6.29.), 화성 씨랜드 화재(1999. 6.30.),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2003. 2.18.),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2008. 1. 7.),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2014. 4.16.), 동해안 산불사건(삼척 등 5개 지역 발생, 2000. 4. 7.~15. 191시간), 울진․삼척 동해안 산불사건(2022. 3. 4.~13. 213시간) 등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건․사고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사고가 나고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새까맣게 잊어버리는데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는 길은, 법 이전에 기본과 원칙을 잘 지키는 수밖에 없다. ‘이카루스의 추락’(부주의한 사고) 이후 안전사고는 끝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책임은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것”(이혁진의 '관리자들')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영화에서 경고하는 바와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혜성이 떨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