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과학기술분과)가 핵심 국정과제로 ‘국가전략기술 초격차 R&D’와 ‘디지털 국가전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안철수 대통령 인수위원장이 기술을 강조해온 만큼 각종 투자와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안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술과 관련한 행보를 지속해왔다. 특히 현장 방문을 통해 기술의 기반이나 부족한 점등을 지적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8일 현대·기아 남양 연구소에 방문해 차세대 로봇 기술과 UAM, 자율주행 차량 시연을 본 후 “과거 정부가 큰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큰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루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에는 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스마트 워치 시연을 두고 ‘초보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롭게 출연하는 많은 기술을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시민을 더 안전하게, 안심시키게 하는 게 경찰과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이런 기조를 두고 과학기술분과는 “새 정부는 국정과제로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추진전략을 마련하도록 했다”며 “이 기술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에게 전권을 부여해 범부처 임무지향형 R&D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구체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변화 속도에 적시에 대응하도록 △R&D예타 조사기간 단축(Fast Track), △R&D예타 기준금액 상향, △R&D사업 시행 중 기술환경 변화를 고려한 사업계획 변경 등 R&D 예타 제도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기태 과학기술분과 위원은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은 네트워크 등 일부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핵심분야 기술 수준, 정부 투자규모, 디지털 인프라, 기존산업‧지역의 디지털 활용 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6G와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디지털 국가전략’ 수립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G와 AI 개발 현황에 대해서는 “6G의 상용화 시기가 2030년에서 2028년으로 줄어듦에 따라 26년까지 기술 시연을 목표로 상용화 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AI는 올해 인공지능 R&D 착수와 함께 난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공공·학습용 데이터 제공을 확대해 컴퓨팅 자원제공과 AI 윤리 정착을 핵심 과제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차기 과학기술 정책 로드맵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통해 실제 과실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과 R&D 예타 부분에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 정부의 차기 과학기술 정책을 로드맵을 두고 큰 흐름뿐만 아니라 작은 흐름도 잡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통해 실제 과실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이 예산을 잘 투입하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5G도 제일 빠르다고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음영지역도 많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5G나 6G, AI 등 세계 선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 유니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민간 기업 및 투자자 활동에 대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분석 플랫폼과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민간 기업 CB insights를 살펴보면 작년 936개의 유니콘 기업 중 한국은 11개가 있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유니콘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수치와 구호로 앞서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 기술을 담당하는 유니콘 기업이 필요하다”며 “유니콘 기업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포함되고 그 과실을 공유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예타는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자고 하는 것이다. 예타 단축시 부실한 R&D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공항들은 예타를 거쳤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예타를 단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4000조 가량의 부채를 만들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예타를 잘못 설정할 경우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R&D를 실패할 경우 관련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90% 가까이 성공으로 기록하고 있다”며 “실제로 상용화와 사업화 시장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큰 기조를 결정하기 전에 정부 R&D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차세대 기술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생활에 필요한 부분부터 접목해야 고도기술들이 산업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