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이사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전월세 매물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월세 물량은 전달 대비 17.5%가량 감소했다. 지난달 전월세 매물은 4만9833건이었지만 이달 들어 8681건이 빠졌다. 강동구는 29.3%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광진구(27.9%↓)와 성북구(26.5%↓), 송파구(23.1%↓)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를 보였다. 전월세 매물이 오른 지역은 강북구(6.2%↑, 478건→507건)가 유일했다.
월별 전월세 물량 감소량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지역 전월세 물량은 지난 1월 5만223건에서 2월 5만255건, 3월 4만9833건을 기록한 뒤 이달 4만1152건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1만801건(5만1953건→4만1152건, 20.8%↓)이 증발했다.
현장에서도 전월세 매물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요즘 (전월세 매물이) 거의 없다. 대출 가능한 전세는 더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작구 공인중개사도 “달이 지날수록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2~3월 보다 지금이 더 전월세 매물이 없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불안전성도 전월세 매물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이른바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신규 계약을 할 것인가, 계약 연장을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라며 “일단 새 정부가 임대차3법 변화를 약속했지만 아직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전월세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임대차3법 ‘개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초 임대차3법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제도가 도입됐고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따라 국민의 거주 안정성이 훼손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로 파악됐다(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팀장)”며 폐지·축소를 예고한 데서 한발 물러섰다. 윤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를 공약한 바 있다.
임대차3법 폐지론을 강하게 내세워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임대차3법은)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다.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