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성 “길에 핀 꽃처럼 묵묵히, 하지만 꾸준히” [쿠키인터뷰]

윤지성 “길에 핀 꽃처럼 묵묵히, 하지만 꾸준히”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4-27 08:00:02
그룹 워너원 출신 가수 윤지성. DG엔터테인먼트

가수 윤지성은 지난해 말 성장통을 겪었다. 그룹 워너원 멤버들과 함께 ‘Mnet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출연한 뒤였다. ‘윤지성 군대 갔다더니 휴가 나왔냐.’ 무대 영상에 달린 이 댓글에 윤지성의 마음은 무너졌다. 전역 후 개인 음반을 내고 SBS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도 출연하며 바쁘게 지내던 그였다. “나는 바쁘게 살며 열심히 일하는데, 사람들이 몰라준다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지난 22일 서울 논현동 D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윤지성은 이렇게 털어놨다.

데뷔 6년차, 윤지성이 겪은 성장통

늦은 사춘기를 맞은 6년차 가수는 음악 속에 아픔을 녹였다. 27일 발매하는 미니음반 ‘미로’(蘼路)가 그 결실이다. 윤지성은 이 음반 첫 곡 ‘토독토독’에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라고 읊조린다. 녹음 당시 그를 눈물 쏟게 만든 가사다. 반려견 ‘베로’를 생각하며 쓴 노랫말이 마치 자기 이야기 같더라고 윤지성은 말했다. 그는 “정서가 불안정할 때였다. 어느 날엔 ‘오늘 못하겠어요’라며 작업을 취소했을 정도다. 녹음하면서도 많이 울었다”고 돌아봤다.

무채색의 시간 속에서도 윤지성은 화사한 꽃을 피웠다. 타이틀곡 ‘블룸’(BLOOM) 등 음반에 실린 5곡 모두 봄에 어울리는 달콤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음반은 밝고 다채로운 색깔로 채우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윤지성은 “의도치 않게 봄에 음반을 자주 냈다. 신보를 기점으로 ‘스프링 돌’(봄의 아이돌)로 자리 잡고 싶다”며 웃었다. 3년 전부터 음악 작업에 참여해온 그는 신곡 4곡을 공동 작사·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초석을 다졌다. 워너원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대휘와 김종현은 3번곡 ‘서머 드라이브’(Summer Drive)에 힘을 보탰다.

윤지성. DG엔터테인먼트

“(힘든 시기를) 극복했냐고요? 아뇨. 그보다는 그냥 인정하고 포기했어요.” 성장통을 앓은 윤지성은 자신이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였다. 자신 안의 불안함을 완전히 없애는 일도 포기했다. “하루는 제가 괜찮아진 줄 알고 의욕에 차 있었어요. 그런데 비슷한 문제를 마주하니까 더 화가 나고 의기소침해졌어요. 그런 ‘거짓 이겨냄’에 속지 않고 꾸준히 마음을 다스려야겠더라고요.” 대신 그는 책임감에 자신을 맡겼다.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서도 내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달렸다.

음반 제목인 ‘미로’는 윤지성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그는 미혹할 미(迷) 대신 장미 미(薇)를 써서 ‘장미꽃 길’이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었다. “지금 걷는 길이 미로처럼 어지럽더라도 결국 그 끝엔 장미꽃 길이 펼쳐질 거란 뜻이에요. 제가 이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요.” 이 제목엔 특별한 뒷얘기가 있다. “팬덤 이름을 지을 때 ‘밥알’ ‘동화’ ‘미로’를 두고 고민했어요. 팬덤 이름은 밥알로 정했지만, 동화와 미로를 딴 노래나 음반도 내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죠.” 그는 군 입대 전 팬송 ‘동화’를 발표한 데 이어 ‘미로’ 음반까지 내면서 팬들과 한 약속을 모두 지켰다.

윤지성. DG엔터테인먼트

“길가에 핀 꽃처럼…” 윤지성이 꾸는 꿈


3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윤지성은 남들보다 격동적인 20대를 보냈다. 유년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꿔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갔지만,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데뷔하지 못했다. 인생이 뒤바뀐 건 2016년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하면서다. 프로그램에서 워너원 멤버로 선발된 그는 순식간에 인기 스타가 됐다. 그 안에서 윤지성은 지나치게 낙심하거나 과하게 들뜨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덕분에 쌓인 내공일까. 윤지성은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너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나기나 폭풍우가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스며드는 사람.’ 윤지성은 어느 팬이 해줬다는 이 말을 지침 삼아 자신의 꽃길로 나아간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데요.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를 목표로 삼으려 해요. 꿈이 너무 크면 그 꿈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쉽게 미워하고 후회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런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제가 꿈꾸는 ‘미로’도 비슷해요.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은 길을 꿈꾸죠. 길에 핀 꽃은 지금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 언젠가는 눈길을 받잖아요. 저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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