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의 운명을 바꾼 드래프트 [KBL PO]

KGC의 운명을 바꾼 드래프트 [KBL PO]

기사승인 2022-04-28 10:59:26
결승 득점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환호하는 변준형(가운데).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단 한 번의 선택이 두 구단의 운명을 바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양 KGC는 2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수원 KT와 4차전에서 81대 79로 승리했다.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3연승을 거둔 KGC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KGC는 다음달 2일 정규리그 우승팀인 서울 SK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승리의 주역은 변준형이었다. 16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경기 종료 직전 79대 79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 때 공간이 여의치 않자 직접 골 밑으로 돌파한 뒤 결승 득점을 뽑아냈다. 0.8초를 남기고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위닝샷이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안양 KGC에 입단한 변준형(오른쪽).   한국프로농구연맹

4년 전 신인 드래프트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4년 전 KT는 2018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유력한 1순위 후보는 변준형이었다. 동국대에 재학중이던 변준형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며 공격력을 입증받은 선수였다. ‘변준형 드래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변준형의 1순위 지명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KT의 선택은 변준형이 아닌 고려대 출신 박준영이었다. 박준영은 196㎝의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대학 무대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외국인 선수가 있는 KBL 무대에서는 통할지 미지수였다. 2순위였던 KGC는 자연스레 변준형을 택했다. 이 드래프트는 이후 KT가 KGC에게 한희원과 김윤태를 받고 박지훈을 내주는 조건으로 1순위로 박준영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두 선수의 희비는 완전히 엇갈렸다. KGC의 변준형은 데뷔 시즌 신인상을 시작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올 시즌에는 창원 LG로 이적한 이재도의 빈자리를 대신해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서며 KBL을 대표하는 가드가 됐다. 변준형과 달리 KT의 박준영은 프로 데뷔 후 적응에 애를 먹었다. 꾸준한 출전 기회도 잡지 못하면서 식스맨 자리도 잡지 못한 후보 선수로 전락했다. 일각에서는 이 드래프트를 두고 변준형을 거르고 박준영을 골랐다는 일명 ‘변거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두 선수의 명암은 더욱 대조됐다. 박준영은 이번 시리즈에서 출전 엔트리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반면 변준형은 이번 시리즈에서 평균 12점 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3차전에서는 속공하는 양홍석을 블록하고, 4차전에는 위닝샷을 꽂는 등 수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까지 만들어냈다. 본인을 거른 팀에 비수를 꽂았다.

변준형은 4차전이 끝난 뒤 4년 전 드래프트에 대해 “처음부터 드래프트 지명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프로에서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명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우리팀에 와서 행복하다. 좋은 형들을 만났고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기쁘다”고 언급했다.

결과론이지만 KT가 변준형을 지명했다면 어땠을까. 허훈과 함께 백코트 콤비를 이뤄 리그 최강의 가드진을 구축해 KGC 대신 챔피언결정전을 대신 올랐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KT는 올 시즌이 끝나고 허훈이 상무에 입대해 가드진이 약해진다. 이 공백을 변준형이 채웠을지도 모른다. 4년 전 드래프트의 스노우볼이 두 팀의 운명을 바꿨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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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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