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의 자녀 ‘특례 의혹’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각종 특례 의혹 보도를 본 대학원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출발선’이 다르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논문 대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의 딸이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4쪽짜리 논문을 올렸고 해당 논문이 대필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이번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로 드러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에서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도 특례 논란에 휩싸여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
각종 자녀 특례와 특례 의혹을 접한 대학원생들은 헛웃음만 나온다는 반응이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A씨는 “박사도 아닌 석사에서도 논문을 쓰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엄격한 검증과정이 있다”며 “박사 논문은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그런데 누군가는 너무나도 쉽게 무언가를 해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똑같이 노력해도 부모 입김이 닿으면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반증”이라며 “정치권이나 공직자들의 검증에서 단골소재”라고 비꼬았다.
최근 석사과정을 끝내고 졸업한 B씨는 “대학원 내에서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놀랍지도 않다.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말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며 “저런 사건이 발생해도 교수를 해임하지도 당사자가 강력하게 처벌받는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난이 심각해지면 기억하고 있는 학차가 졸업하기 기다리면서 1~2년 정도 쉬다가 오면 그만이다”라며 “정권이 변하면 꼭 한두 명 의혹이 제기되는데 문제 해결이 아닌 단순 보복차원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똑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들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도 않으면서 청년들에게 공정을 외치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그저 ‘그사세’일 뿐이다. 정말로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관심은 준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험을 통해 교과목이 아닌 스펙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C씨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회적 자본이 낮은 나라는 입시가 강한 편이다. 사회적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답이 있는 시험을 하는 것”이라며 “면접이나 외부 스펙이 아닌 시험을 통해서 인원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제도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난다”며 “고등학생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해 부모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경우는 스펙을 채울 수 있지만 아닌 경우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시와 선발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박탈감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