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따르면 △주식·금융투자상품 등 과세제도 합리화 △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상장폐지 요건 정비 △내부자거래 규제 강화 △투명성·공정성 개선 △외환시장 선진화 등을 담은 ‘윤석열 정부 11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윤 정부는 개인투자자(초고액 주식보유자 제외)를 대상으로 한국 내 주식 양도소득세는 폐지할 방침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원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세를 내야 한다.
오는 2023년부터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라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연기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예 기간 중에는 현재 시행 중인 대주주 양도세 과세를 완화하는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낮춰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금융투자소득세 과세가 시행 예정인데 현재 주식시장·투자자 수용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취지에서 금투세를 2년 유예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를 유예하려면 국회에서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 한다. 소득세법에 있는 시행 시기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에 반대하면서 난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주식 양도세 유예를 민주당이 합의해주겠느냐”면서 “괜히 유예를 말해서 시장 혼란만 일으킨다”고 언급했다.
새 정부는 올해 정기 세법 및 시행령 개정 때 이 문제를 다룬다는 방침이다. 향후 논의 방향에 따라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와 주식 양도세 폐지 모두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을 업고 주식 양도세 폐지를 추진한다면 민주당 역시 무조건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도 개선된다. 개인이 공매도 과정에서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을 합리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현재 개인의 공매도 적용 담보 비율은 140%로 외국인⋅기관 담보 비율(105%)보다 높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차익을 크게 낼 수 있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담보 비율 등의 형평성 문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상환기한을 90일로 지정하고 담보 비율(현행 105%)도 개인 수준으로 높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개인 공매도의 규제를 푸는 것보다 공매도 상환 기간에 제한이 없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한 게임을 공정하게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 정부는 기관⋅외국인에 대한 규제 강화 대신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놨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정과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면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정보와 자본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개인에게 담보 비율을 낮추면 투자 위험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의 무분별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대한 조치도 내놨다. 신사업을 나눠 별도 자회사로 상장하는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 모회사의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내부자가 지분을 매도할 경우 처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했다.
이는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류영준 전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스톡옵션을 행사에 받은 자사 주식 44만 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그날 카카오페이는 전 거래일보다 6% 하락한 19만6000원에 마감했다.
주식 양수도로 경영권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현재 기업이 지분을 팔 때 해당 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이득을 보지만 소액 투자자들은 매도 시점을 놓치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한샘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는 지분 37.8%를 약 1조4500억원에 사모펀드(IMM PE)와 롯데에 매각했다. 당시 한샘의 시가총액이 약 2조6800억원이엇던 것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4000억원을 더 받고 매각한 것이다. 하지만 매각 이슈로 주가가 흔들리자 매도 시점을 놓친 나머지 소액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윤 정부는 외부감사인 역량 강화를 통해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제재 실효성 제고 등 증권 범죄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