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부분 재개 1년…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공매도 부분 재개 1년…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기사승인 2022-05-11 06:00:06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종목 공매도가 재개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 200·코스피 15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일부 재개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해당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팔기 때문에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담보 비율 등의 형평성 문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주된 원인인 공매도 제도 개혁이 먼저”라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 비율을 개인과 같이 적용하고, 증거금도 도입하는 등의 제한을 둬야 개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내려가지 않았더라도 빌린 주식을 60일 안에 갚아야 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상환기간이 없다. 주식을 빌려준 사람이 상환 요청을 하지 않으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정보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이들은 빌린 주식의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무기한으로 기다릴 수 있다.

공매도 담보 비율도 마찬가지다. 개인 투자자 담보 비율은 140%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105%다. 증거금 없이도 수십 배의 공매도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레버리지는 자산 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다가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전체 공매도의 90%가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10%, 개인이 1%밖에 안 된다. 여기에 주가가 오를만하면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를 분석해보면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3월 7일 장중 7만원이 붕괴했다. 공매도가 많았던 4월 15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4월 28일에도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시총 상위주들 중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은 주가 하락 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연초 대비 코스피가 10.7% 하락하는 동안 크래프톤은 무려 44.3%, LG디스플레이는 28.7%, 셀트리온도 14.9% 하락했다.

네이버(-25.6%)와 카카오(-21.2%), LG화학(-16.7%)도 공매도가 늘어난 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공매도는 단순 투자기법일 뿐 증시의 방향성을 바꾸진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공매도 비율과 주가 등락률 간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매도 비판 여론에 선을 그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공매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는 하락을 예상해 미리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헤지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공매도 거래대금 자체가 크지 않고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이나 고점 영역에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하루평균 4480억원 수준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3.5%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공매도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3월 7~14일과 증시 저점인 1월 27~28일에도 다량의 공매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가 급등락을 가져오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매도는 크게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분류된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공매도와 달리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의 낙폭을 키우고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금지돼 있다.

기관투자자는 또 다른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주식을 계좌에 임의로 넣어주는 ‘가입고’가 가능하다. 이는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하지만, 겉으로는 기관이 주식을 보유한 것처럼 보여 구분이 어렵다.

미국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 고의로 무차입의 공매도를 하고 결제는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2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달러(약 60억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영국은 벌금의 상한선이 없다. 이와 달리 한국은 2010~2020년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법인 101곳 중 56곳이 주의 처분만 받았을 만큼 처벌이 약했다.

정 대표는 “무차입 공매도 등 공매도 불공정거래 폐해를 파고들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공매도를 재개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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