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안양 KGC는 10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서울 SK와 5차전에서 62대 86으로 패배하며 시리즈 전적 1승 4패, 준우승에 그쳤다.
2시즌 연속 우승을 아쉽게 놓친 KGC다. KGC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우승을 경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KGC는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 2020~2021시즌 모두 우승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눈물을 흘렸다.
열약한 환경에서도 일궈낸 값진 준우승이었다.
KGC 구단은 모기업의 소극적인 투자로 팀의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는 현상을 자주 겪었다. 과거 인삼신기의 주축이었던 김태술(은퇴)과 이정현은 각각 2014년과 2017년에 FA로 전주 KCC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전대미문의 10연승으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뒤 외국인 선수 저레드 설린저는 중국 무대로 떠났고 FA였던 이재도는 창원 LG로 떠났다.
하지만 떠난 선수의 빈자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KGC가 FA 시장에서 데려온 선수 중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매번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KGC는 선수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KGC의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전성현과 문성곤은 데뷔 초반 존재감이 적었던 선수들이지만, 각자 자신들의 대표 무기를 만들어내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최근 히트 상품은 변준형이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GC에 입단한 변준형은 데뷔 시즌 신인상을 시작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올 시즌에는 이재도의 빈자리를 대신해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섰다.
팀의 확실한 컬러도 생겼다. 김승기 감독이 만들어낸 트랩(함정) 수비는 KGC의 퍼스널 컬러다. 상대의 실책을 유도한 뒤 속공으로 치고나가 확실한 득점을 만들어낸다. 경기 당 상대 턴오버 후 득점은 13.0점으로 해당 부분 1위였다.
올 시즌도 잇몸으로 버텨낸 KGC는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수원 KT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정상에서 만난 상대는 SK. 정규리그 상대 전적이 5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라 내심 2연속 우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팀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오마리 스펠맨이 정규리그에서 무릎 부상으로 한 달 만에 복귀를 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입은 변준형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체력 열세까지 떠안았다.
결국 KGC는 3차전은 잡아냈지만 SK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시리즈 내내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팬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받았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제대로 정비도 안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끝까지 남았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온 것은 저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올 시즌 말 못할 힘든 점도 많았다. 선수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120%를 쏟아냈다. 이보다 잘할 순 없었다. 선수들에게 아주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