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청문회 70분 만에 파행

김현숙 청문회 70분 만에 파행

‘여가부 폐지’ 놓고 여야에 다른 답변
‘자료제출 부실’ 더해지며 결국 정회
민주당 “여가부 폐지한다더니 장관 임명해달라? 코미디”

기사승인 2022-05-11 13:27:05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여가부 폐지에 관한 입장을 여야 의원에 따라 다르게 답변한 점이 밝혀지며 더불어민주당의 질타를 받았다. 야당은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인사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정회를 요구했고, 1시간10분만에 청문회가 중단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여가부 폐지 공약 추진에 동의하며 새 부처에 대한 패러다임 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에겐 전혀 그런 얘기가 없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서면답변으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에 관해 반대하는 민주당에게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양 의원 질의에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양 의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거짓말을 이렇게 쉽게 하는 사람이 장관이 된다면 국민들에게도 거짓말하지 않을지 어떻게 믿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 되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질타했다. 양 의원은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면서 장관으로 임명해달라고 인사청문회에 출석한다니, 이런 코미디 어딨나”라고 꼬집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폐지할 부처의 인사청문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괴감을 느낀다. 국민의힘에서 여가부 폐지 법안을 발의했는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와있다. 이 자리 앉으면서도 어이없고 참담하다”며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면서 장관을 해보겠다고 앉아있는 건 난센스다. 청문회 자리에 있을 자격이 사실 없는 것 아닌가. 김 후보자는 원천적으로 장관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자료제출이 부실한 점도 지적했다. 권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된 날이 4월11일인데 자료 제출 실랑이로 한 달을 보냈다”며 “상당수 요구 자료가 겹치는데도 자료제출율이 매우 떨어진다. 누락한 자료나 소명되지 않는 자료를 제외하면 45.5%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기본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재산증식 과정이나 음주운전여부, 범죄경력조회, 자녀 병역특혜 검증이나 취업관련 자료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본인의 원고료나 강연료 제출도 거부했다”며 “이정도의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못할 자질과 도덕성이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에서도 자료제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료제출을 위해서 청문회 준비팀이 여가부 직원 중심으로 구성했을 텐데 각성해야한다. 후보자에게 이야기해서 허락 구해서 성의껏 제출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타성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자료제출 부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민주당에선 김 후보자가 정보 제공을 동의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여가부의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탓이라고 했다.

이에 인사청문회 TF 단장을 맡고 있는 김중렬 여가부 기조실장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송옥주 여가위 위원장이 “자료 제출이 왜 이렇게 부실하냐”고 따져 묻자, 김 기조실장은 “자료요구가 오면 후보자에게 보고하고 소관부서에서 작성한 후 후보자에게 보고하고 제출한다”고만 답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송 위원장은 “자료 제출과 관련해 많은 의원들이 액션을 취했고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도 자료가 부족하지만 인사청문회는 해야 하지 않냐고 할 정도로 자료 제출이 안됐다”며 “여러 의원들 요구대로 오후 1시30분까지 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하고 그 사이 의사진행은 중지하겠다”고 정회를 선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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