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이 증상’ 있으면 의심을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이 증상’ 있으면 의심을

13일 기준, 최소 31개국에서 492명…사망 12명
해외 연구, 코로나19 연관성 주목

기사승인 2022-05-18 06:14:01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세계에서 원인 불명의 16세 이하 급성 간염 환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의 연관성도 의심된다. 전문가는 황달 증세가 나타나면 심각한 간염을 의심할 수 있다며 병원 방문을 당부했다.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6세 이하 소아 급성간염 사례는 최소 31개국에서 492명(발생 및 의심)이 보고됐다. 사망자는 12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지난 13일까지 집계된 숫자다.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발표한 급성간염 사례 24개국, 416명, 사망자 8명에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소아 급성간염은 영국 보건당국이 지난달 5일 스코틀랜드 중부에서 10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발생한 중증 급성 간염 사례 10건을 WHO에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10건 중 9건은 지난 3월에, 1건은 지난 1월에 증상이 나타났다. 연령대는 11개월에서 5세 사이였다.

방역당국이 정의한 소아 급성간염은 △이달부터 급성간염으로 내원한 16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환자 △간 효소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T) 또는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가 리터당 500을 초과 △A, B, C, E형 바이러스 간염이 아닌 경우다. 소아 급성간염이 걸렸을 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황달, 복통, 설사, 구토 등이다.

한국에서도 소아 급성간염 사례가 지난 1일 보고됐다. 10세 미만 소아가 복통, 구토, 발열로 진료를 받다가 간수치 증가가 확인됐다. 의료기관 검사시 A, B, C, E형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소아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아데노 바이러스 및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 검출됐다.

소아 급성간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보건 당국은 처음에 발병 원인으로 아데노바이러스를 염두에 뒀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가벼운 감기나 독감과 유사한 질병을 일으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러스 계열이다. 다만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이 간 손상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   쿠키뉴스 자료사진

해외에서는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소아소화기영양 분야의 유력 잡지인 ‘JPGN(Journal of Pediatric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에 이달 실린 증례 보고 논문은 코로나19 완치 몇 주 후 급성 간부전이 발생한 미국 3세 여아의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논문에서 신시내티 어린이 병원 의료진은 “코로나19가 직접 간 질환을 유발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간을 공격한 ‘비정상적 면역 반응’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인도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코로나19가 인도 어린이들에게 중증 급성 간염을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해 연구가 진행됐다. 수밋 라와트 분델칸드 의과대학 부교수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캐나다 C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자체가 이 간염을 유발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코로나19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는 간염 사례가 감소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 간염 사례가 다시 증가했다”고 말했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면서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 전염도 같이 차단이 됐다. 그 기간 동안 영아나 소아 세대는 감기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최근 방역 조치가 풀리고, 아이들간 접촉이 활발해지며 한꺼번에 퍼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면서 “방역 조치를 빨리 푼 영국에서 사례가 먼저 보고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경미한 간염은 증상이나 의사 진찰로도 인지하기 어렵다”면서 “심각한 간염은 간부전, 간이식으로 이어진다. 황달이 나타난다면 간염이 심각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즉시 내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아이들이 피곤을 호소하거나 미열이 난다면 간기능 검사를 선제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역조치가 풀리면서 앞으로 수개월 정도는 소아 급성간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손씻기와 실내에서 열심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수준의 개인 위생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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