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중증으로 기나긴 고통과 싸워온 나의 어머니,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먼저 떠나보낸 가족에게 너무도 미안해서 다시 호소합니다. 새 정부는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치료와 지원을 위한 근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사망자 유가족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간곡히 호소했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위중증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체계 미비로 가족을 잃었다고 절규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로 부모를 떠나보냈다고 밝힌 김누리씨는 “응급실을 찾아 폐렴 진단을 받고도 병원에서 쫓겨났다. 병상이 없어 며칠씩 집에 대기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 갔지만 호흡기 감염내과 의사 1명 없는 곳이었다. 중환자실로 곧바로 가지 못하고 옮길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조금만 빨리 왔었더라면’ 하는 담당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졌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간신히 이어갔다.
이은선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이크를 쥐자마자 오열했다. 이씨는 “2월28일 확진, 3월15일 어머니는 소천하셨다. 20일의 짧은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다 가신 어머니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를 원했다.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며 자가격리하는 것이 아닌,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다면 아직 제 곁에 계실지 모른다”고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기조가 코로나19 예방에만 치우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9년부터 방역 중심이 아닌 방역과 치료 중심이 됐다면,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률만 우선시하는 정책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수많은 부모와 자녀, 형제들을 떠나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어 “국민이 제대로 치료받게 해달라고 목 놓아 외쳐야 들어주는 것이 국가인가. 그것이 국가가 제대로 할 일을 했다고 스스로 칭찬할 만한 모습인가”라고 질타했다.
김씨 역시 “정부가 K방역 성공 신화를 선전했지만 치료에 필요한 병상과 인력 문제는 계속 방치했다. 게다가 증상이 있더라도 감염력이 소실됐다고 판단하면 중환자실에서 내쫓고 치료비 폭탄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모조리 떠넘길 수 있게 감염병예방법도 슬그머니 개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윤 정부에 따져 물었다. 유가족들은 “가족들을 잃고 피눈물로 밤을 지새우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며 “새 정부에 묻는다. 정녕 실패한 코로나19 정책을 되풀이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엔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들을 위한 대책이 빠져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는 의료비 지원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 위로금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사망자 선보상 후정산’, ‘중증환자 선치료 후보상 제도 확대’ 등이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코로나19 완치까지 국가가 전액 지원 △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원명령 중단 △장례금 및 위로금 모두 지원 △코로나19 피해 가족 트라우마 치료 대책 마련 및 지원 △공공병원·코로나19 중환자실 및 의료인력 대폭 확충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윤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