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나고 자란 가수 알렉사에게 한국은 ‘꿈의 고향’이다. 13세 때 그룹 슈퍼주니어 노래를 듣고 K팝에 빠져 한국에서 가수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어서다. 2017년 미국 K팝 웹사이트가 주최한 오디션에서 1위한 뒤 한국 땅을 밟았던 그가 5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미국 음악 오디션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마이클 볼튼 등 전설적인 가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냥 ‘베리 쿨’(Very cool·무척 멋진)입니다! 하하하.” 1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알렉사는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미국 NBC ‘켈리 클락슨쇼’에 출연하고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참석하는 등 현지에서 바쁘게 활동하던 그는 한국 활동을 위해 이날 새벽 입국했다. 알렉사는 “아직도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며 “내가 좋아하는 파전을 빨리 먹고 싶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는 유럽 최대 음악 축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제작진이 만든 미국 버전 오디션이다. 팝스타 켈리 클락슨과 힙합 전설 스눕 독이 진행하고, 알렌 스톤, 마이클 볼튼 등 유명 가수들도 도전장을 냈다. 알렉사는 지난해 5월경부터 오디션을 준비해 오클라호마주 대표로 참가했다. 상상 속 세상을 표현한 노래 ‘원더랜드’(Wonderland)로 여러 가수들과 겨뤄 우승까지 따냈다.
알렉사의 소속사 지비레이블을 이끄는 김준홍 대표는 컨트리 음악을 선호하는 심사위원들을 사로잡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알렉사는 심사위원 점수에선 5위에 그쳤지만,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에 힘입어 1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노래는 미국에서 이미 인기다. 김 대표는 “‘원더랜드’가 미국 라디오에서 방송된 K팝 가운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이 방송됐다고 한다”며 “추후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도 홍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알렉사는 K팝 가수 중 두 번째로 빌보드 뮤직 어워즈 무대도 밟았다. 발표자로 시상식에 참석했던 그는 “언젠가는 내 노래와 음반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 후보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온라인에서는 알렉사가 시상식에서 미국 유명 가수 도자 캣과 대화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사실 내가 가장 협업하고 싶은 외국 가수가 도자 캣 선배님”이라며 “내 피어싱을 칭찬해주셨다. 나중에 도자 캣 선배님 귀에 피어싱이 늘어난다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웃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러시아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사는 유년 시절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고 한다. 어려서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슈퍼주니어, 샤이니, 투애니원 등 K팝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 2018년 Mnet ‘프로듀스48’에 출연해 한국 기획사와 연을 맺었고, 이듬해 K팝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오디션 우승곡 ‘원더랜드’는 한국어보다 영어 가사가 더 많고 미국에서 먼저 발표된 노래지만, 김 대표는 이 곡을 K팝으로 분류했다. 김 대표는 “흑인이 시작한 힙합 음악을 한국 가수가 만들고 부를 수 있듯 K팝도 가수의 국적이나 인종, (가사에 쓰인) 언어와 상관없이 뻗어나갈 것”이라며 “유니버설(보편적인)한 음악에 알렉스만의 매력을 더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