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팀이 환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섰다. 75회 칸 영화제 일정을 마친 ‘브로커’ 팀은 31일부터 국내에서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브로커’의 주역인 배우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칸에서의 낭보부터 작품에 대한 소회까지 여러 이야기를 풀어놨다.
△ “칸 수상, 봉준호-김지운 감독이 가장 먼저 축하”
앞서 송강호가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관심을 증명하듯 현장에는 외신을 포함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배우들 역시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직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다”고 운을 뗐고, 송강호와 강동원은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서 행사를 갖게 돼 기쁘다”며 감회를 전했다. 낭보의 주인공인 송강호의 소감도 이어졌다. 그는 “호명되는 순간 이게 꿈은 아닌가 싶어 몇 초 동안 패닉 상태였다”고 회상하며 “영국 런던에 있던 봉준호 감독과 한국에 있던 김지운 감독이 가장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축하해줬다. 그 뒤로도 많은 분들이 축하와 과찬을 전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이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며 크게 웃음을 터뜨려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진심으로 큰 기쁨을 누렸다”면서 “봉준호, 이창동, 박찬욱 감독 영화로도 상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내 작품으로 상을 받아 송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 “한국어 뉘앙스 표현, 송강호 도움받아 완성”
‘브로커’는 일본 영화계 거장으로 통하는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만든 한국 영화로도 주목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3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준비하며 일본 내 입양과 양부모 제도를 조사하다 한국의 베이비박스를 알게 됐다. 그는 여기서 착안해 생명을 다루는 영화를 준비해왔다. 가장 큰 동력을 준 건 송강호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안고 자상한 미소를 머금다가 아이를 팔아버리는 모습을 떠올렸다”면서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의 이미지가 ‘브로커’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모든 촬영이 한국어로 진행된 만큼 배우들과 긴밀한 협력도 이어졌다. 감독이 촬영 전 배우들에게 손 편지로 소통을 당부했을 정도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데에는 송강호 도움이 컸다”면서 “송강호가 편집본을 보며 여러 조언을 해줬다. 신뢰를 갖고 계속 의지했다”며 고마워했다. 이에 송강호는 “큰일도 아닌데 감독님이 너무 좋게 말씀해줘서 난감할 정도”라며 재치 있게 응수, 웃음을 자아냈다.
△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 꼭 해주고 싶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가치 없는 생명은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내세운다. 감독은 “베이비박스 문제를 다룰 때면 비판의 화살이 어머니만 향하더라”고 지적하며 “영화를 통해 본질적 문제가 무엇이고 진정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루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 중 송강호와 강동원, 아이유는 각각 양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이주영은 선과 정의를 대변한다. 강동원은 보육원 출신인 극 중 캐릭터를 위해 보육원 관계자 등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역할을 준비하며 느낀 마음을 관객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거친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변신에 나섰다. 그는 “활동하며 이런 인물은 처음 연기해 긴장됐다”면서 “시놉시스부터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잘 봐주길 바란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야기 틀이 확장되며 도외시됐던 생명이 점차 축복받게 되는 과정을 다뤘다”면서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8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