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와 초두효과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와 초두효과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6-01 11:33:54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당신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 당신 눈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았어요 / 그리고 달과 별은 암흑과 끝없는 하늘에게 당신이 준 선물이었죠.”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인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의 주제곡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 가사와도 같이 첫만남은 달콤했으나 그 이후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방송국의 인기 DJ 데이브(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에블린(제시카 월터)이라는 여성으로부터 “Play Misty For Me”(‘미스티’를 틀어주세요)라는 곡을 틀어달라는 요청을 계속 받는다. 어느 날 데이브는 친구의 바에서 우연히 에블린을 만난다. 그녀는 계획적으로 그에게 접근했으나 데이브는 별 생각 없이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 만남 이후 데이브에게는 악몽 같은 고통이 시작된다. 에블린의 지나친 집착은 시간이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를 전화로 불러내는 것은 물론, 그의 집까지 찾아오며, 다른 여인과의 데이트를 하면 미행하기도 한다. 결국, 정신병(편집증)환자로 인정되어 치료감호소에 갇힌다. 오래지 않아 퇴원한 에블린은 데이브의 가사도우미를 살해하고 데이브의 약혼녀인 토비(도나 밀스)까지 납치한다. 데이브는 약혼녀를 찾기 위해 그녀의 집에 찾아가 이블린과 다툰다. 마침내 이블린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데이브는 약혼녀를 구출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첫인상에 사로잡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처음 보거나 들은 정보가 나중 정보보다 잘 기억되기 때문에, 첫인상이 인상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날 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원조라는 것도 초두효과와 비슷하다. ‘맛동산’은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의 원조격이다. 1975년 해태제과에서 맛동산을 처음 선보였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오랜 기간 다른 경쟁업체에서 맛동산의 모방품을 수없이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맛이나 모양새는 모방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제품이든지 맨처음 선보인 브랜드가 일단 성공하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이상을 남기는 ‘원조 프리미엄’이다. 원조 프리미엄을 누리는 또 다른 제품으로는 롯데의 ‘쥬시 후레쉬’(1972) 오리온의 ‘초코파이’(1974),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1974) 등이 있다. 이 제품들도 오랜 기간 넘볼 수 없는 벽으로 군림해 왔다.(박지영, '유쾌한 심리학', 신영북스, 2018. p.32. 참조) 그래서인지 길거리에 나서면 많은 식당에서 ‘원조 ×××’라는 간판을 붙인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한경 편저 '첫인상 5초의 법칙'에서는 “첫인상은 단 5초 만에 결정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첫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로는 ‘메라비언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즉,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판단하는데 작용하는 것들은 시각(Visual; 외모, 옷차림, 보디랭귀지)이 55%, 청각(Vocal; 목소리, 말투)이 38%, 언어(Verbal; 말 자체의 의미나 말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내용)가 7%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말보다는 비언어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천하의 제갈공명은 지식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마속을 중용한다. 결국, 유비로부터 ‘마속을 중용해서는 안된다’는 충고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읍참마속’의 실패를 겪었다. 영화에서도 첫인상 때문에 겪는 폐해를 보여주었다. 비록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진솔한 모습과 행동을 보이게 되면 점차 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된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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