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틀렸다’ 김동연 대역전극...‘인물론’ 택한 경기도민 [쿡정치 현장]

‘출구조사 틀렸다’ 김동연 대역전극...‘인물론’ 택한 경기도민 [쿡정치 현장]

개표 내내 끌려가다가 막판 뒤집기...0.14%p 차이 김은혜 후보 앞서
김동연, 야권 거물급 인사 급부상
“오로지 경기도민만 보고 갈 것”

기사승인 2022-06-02 08:13:10
승리선언 후 지지자들에게 하트를 날려보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사진=박효상 기자

경기도민 선택은 결국 인물이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경제전문가’를 표방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1 지방선거 최대격전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김은혜 후보의 근소한 차이 신승을 예측했지만,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개표 시작부터 선거 다음 날 새벽 4시 30분 무렵까지 1% 내외 차이로 김은혜 후보에게 뒤진 채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새벽 5시를 넘기면서 급격히 표 차이를 좁히기 시작했고, 5시 40분께 드디어 역전에 성공했다. 김동연 후보는 뒤집힌 개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결국 7시 15분께 ‘당선 확실’ 소식이 전해지자 ‘승리 선언’을 했다.

김동연 후보는 판세가 뒤집힐 무렵인 새벽 5시 30분께 배우자 정우영 여사와 개표상황실을 찾았다. 처음엔 진중한 표정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김동연 후보는 역전이 되자 옆자리에 앉은 염태영 상임선대위원장과 박광온 의원과 짧은 대화를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김동연 후보는 승리 선언 후 이어진 소감 발표에서 “오늘 승리는 김동연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변화를 바란 경기도민과 국민의 간절함과 열망이 어우러져서 만든 승리로 지지한 이들이나 지지하지 않은 분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도정을 하면서 오로지 경기도, 경기도민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민주당의 변화에 기대하면서 이런 영광을 주신 것 같다. 민주당은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변화와 개혁을 위해 그 씨앗으로도, 또 맡은 바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선거를 치른 다른 후보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 후보는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의 말씀과 고맙단 말씀을 전하고 싶다. 끝까지 임해줬던 김은혜 후보와 다른 후보들도 고생 많았다. 내신 공약 중에도 좋은 것들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승리로 김동연 후보는 ‘정권 견제론’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로까지 나섰던 김동연 후보는 한순간에 야권 거물급 인사에 등극했다.

민주당은 최대격전지이자 여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를 지켜내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전국 광역단체장 중에 경기도를 제외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전남, 전북, 광주, 제주에서만 승리했다. 

개표상황을 지켜보면서 박수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사진=황인성 기자

경기도민, ‘인물론’ 택해
검증된 행정능력 ‘일꾼’ 선거전략 통한 듯

경제관료 출신으로 김 후보는 인물론에서는 김은혜 후보를 일찌감치 앞섰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직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김동연 후보의 압승을 예측했다. 다만, 선거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윤심’을 앞세운 김은혜 후보의 지지세가 높아지면서 후반부 여론조사에서는 접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34년을 가까이 행정 공무원으로 지내 온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경기도는 안정적인 도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 아주대 총장도 역임하면서 교육적인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기대된다.

상대 김은혜 후보는 기자 출신으로 대변인과 국회의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아왔기에 김동연 후보보다는 행정적인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다.

김동연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일하는 경기도지사 ‘일꾼론’을 펼쳐왔다. 다양한 실무 경험을 지닌 만큼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후보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지난 3월 대선의 연장전 성격을 지녔다고 할 만큼 ‘윤심’과 ‘명 대결 구도로 전개됐다. 김동연 후보가 승리하면서 지난 대선에서의 이재명을 선택한 경기도 민심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지난 대선에서 경기도민 중 50.94%가 이재명 후보를 45.62%가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었다.

박정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과 대화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사진=황인성 기자

전문가들은 김동연 후보의 승리는 결국 ’인물론‘의 승리로 봤다. 아울러 김은혜 후보를 경기도지사 선거에 내세운 국민의힘의 패착이라고도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일 이른 아침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 때 김동연 후보가 출마했지만 국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며 “귀티가 나고 고위 관료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고 인식됐으나,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진면목이 드러났다. 기존 관료출신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기대감이 크게 승리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수저 출신이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한 것만으로도 이미 인간승리급 후보인데 대역전 선거를 치르면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며 “이번 선거는 김동연의 또 다른 저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은혜 후보를 경기도지사 선거에 내보낸 국민의힘의 패착도 결정적 요인임을 강조했다. 최 평론가는 “김은혜 후보가 아닌 유승민 후보가 이번 선거에 나왔으면 아마 민주당의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윤심’을 내세운 김은혜 후보를 윤핵관으로 보고 이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1957년 충북 음성 태생으로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면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서 기획재정부 차관, 박근혜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개표상황을 지켜보면서 박수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사진=황인성 기자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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