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고 밤이 되는 것을 무서워해요.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유치원에서 아동이 다른 아이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방임 방치 등의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유치원 담임교사 등이 A(5)양을 수업 중 방치하고, 다른 아이에게 폭행을 당하는데도 방관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돼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
A양은 최근 아동심리 검사 결과에서 사회성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놀이 치료와 함께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을 간 상태다.
A양 부모에 따르면 A양이 혼자 놀고 있는데 다른 아이가 다가와 장난감을 뺏는 과정에서 A양을 넘어뜨리거나 다리를 밟고 팔을 꼬집는 등 폭행을 당했다.
당시 유치원에는 담임교사와 보조교사가 함께 교실에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아이는 넘어져 한동안 울고 있었다고 했다.
또 수업 중에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한쪽 책상에서 혼자 따로 앉아 있어 수업에 참여시키지 않는 등 A양을 방치했다는 것이 A양 부모의 전언이다.
A양의 부모는 "아이가 울면서 다른 아이한테 맞았다고 해서 몸을 살펴보니 멍 자국이 있었고, CCTV를 확인했더니 다른 아이에게 여러 차례 맞고 있었다"며 "때린 아이에게 훈육이 이뤄지지 않아 폭행이 이어지고, 수업 중에도 우리 아이 혼자만 멀리 떨어져서 앉아 있는 등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치원에서 아동심리 검사를 받아보라고 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불안 증세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아이가 잠들 때마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무서워하고 있다"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반면 유치원 측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치원 원장 B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한달반 동안 지켜보고 어머니와 상담을 진행해 일반적이지 않는 상황을 알려드렸다"면서 "(수업중)아이가 돌아다니고, 집중하지 못해 보조교사와 같이 따로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폭행 등과 관련해서는 교사가 보고도 그런 경우(방치 등)는 없고 다른 것을 하다 놓치는 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시와 경찰은 CCTV 분석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혐의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전반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정부=윤형기 기자 moolga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