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의 움직임에 칠레 수비진은 힘을 쓰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평가전에서 황희찬의 선제골과 손흥민(울버햄튼)의 추가골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칠레와 이전 2차례 맞대결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1패를 기록했는데, 이번 승리로 전적 동률을 맞췄다.
이날 MOM(최우수 선수)으로는 손흥민이 선정됐지만, 황희찬의 활약상도 단연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은 이날 경기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다. 그는 6월 A매치 4연전 중 2경기에만 뛸 예정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황희찬은 칠레전을 마친 후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다.
황희찬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날짜가 다가오다 보니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저는 축구 선수이고 제가 좋은 기회를 통해 칠레전을 치를 수 있어 기쁘다. 일단 칠레전을 잘 치르고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훈련소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과 비교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최전방에는 황의조(보르도) 대신 손흥민(토트넘)을 투입했고, 왼쪽 공격수에는 손흥민 대신 황희찬이 들어섰다. 황희찬은 평소 소속팀에서는 왼쪽 측면 날개 자원으로 뛰지만, 벤투호에서는 손흥민과 공존을 위해 평소 오른쪽으로 옮겨 뛴다. 이날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겨 황희찬은 익숙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었다.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 황희찬은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칠레 수비수들을 벗겨냈다.
경기 시작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황희찬은 전반 초반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쪽 측면에서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내준 공을 받은 황희찬은 가운데로 파고들다 벼락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이 평소 득점을 만들어 내는 움직임과 흡사했다. 칠레의 골키퍼는 손쓰지 못하고 그저 바라봤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홈경기(1대 0 승)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약 7개월 만에 터진 황희찬의 A매치 통산 8번째 득점이다.
황희찬은 선제골 득점 이후에도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정우영과 적절한 스위칭을 활용하며 칠레의 측면을 공략해 나갔다. 상대의 거친 몸싸움도 이겨내며 계속해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손흥민의 추가골에 기여했다. 경기 막판에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은 손흥민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에게 넘어져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오른발 프리킥 슈팅으로 쐐기골을 뽑았다. 황희찬이 만들어낸 골이나 다름 없었다.
만점 활약을 펼친 황희찬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훈련소로 향할 수 있게 됐다.
대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