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관련 대책 논의를 주도하며 행동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당장 바뀌는 것 없이 ‘대책 마련’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세보증보험의 가입률을 높이는 것보다 대항력 등 해당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법안을 구체적으로 확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꼬집었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 장관은 임차인 보호 방안과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악덕 임대인에 대한 처벌 강화를 검토했다. 특히 전세보증보험 가입률을 높여 사기에 노출된 2030세대를 지키겠다는 취지이다. 더불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 피해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서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입주하는 날 집주인이 변경됐는데 계약서에 승계내용이 없었다”며 “결국 대항력이 없어 여전히 보험금 이행 청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항력이란 이미 발생하고 있는 법률관계를 제3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을 뜻한다. 대항요건으로 전입신고·확정일자·실거주 세가지를 요구한다.
다만 이는 전세보증보험의 주 맹점으로 비판받고 있다. 현행법상 임대인에 대한 대항력은 전입 다음 날부터 인정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기를 계획한 임대인은 이를 악용해 전입 당일에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이중계약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여름 7~8월 두 달 사이에만 당일 소유권 이전으로 전세보증보험을 받지 못한 사례가 29건에 달했다.
아울러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지원 대책으로 전세사기를 당해 전세대출금을 갚지 못한 경우 대출 상환 기간을 유예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상공인 대출상환 유예처럼 전세사기 피해자도 대출상환 유예가 필요하다”며 “대출금을 갚지 못한 피해자들은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도 “한달에 전세대출금 이자만 150만원씩 나가고 있다”며 “소상공인도 소상공인이지만 사기당한 사람들도 고려해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덕수 김예림 변호사는 “현재 전세보증보험 대항력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효력이 전입 다음 날 인정되는 것이 아닌 당일에 인정되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대항력이 전입일부터 발생할 경우 근저당권 등 같은 날 접수되는 것이 많아 우선순위를 두고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전세대출금 상환 유예에 대해 “전세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면 피해자들은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데 갚을 여력이 전혀 없다”며 “임시 기간을 마련해 집주인과의 소송으로 대출 상환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은행에서 부담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것”이라며 “임대인이 연락이 안 될 경우 유예 기간 내에도 채무를 갚을 수 없어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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