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까지 모집했지만… 청년 외면 받는 행복주택

4차까지 모집했지만… 청년 외면 받는 행복주택

기사승인 2022-06-11 06:00:14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루센티아아파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에서 해당 아파트 3가구를 공급했지만 2가구는 입주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조현지 기자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을 위한 행복주택의 인기가 시들하다. 연이은 미달로 4차 모집까지 진행됐지만 입주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지난 4월 진행된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2021년4월29일 공고) 예비 4차 공급결과 계약률은 76.2%였다. 미계약, 계약해지, 기존입주자 퇴거 등으로 발생한 공가 21가구 중 16가구만 계약이 이뤄진 것. 4차례의 재모집에도 5가구는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2021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1차 모집에서도 미계약 114가구 중 47가구만 계약이 완료되며 저조한 계약률 41.2%을 기록했다.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한 상황이다.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은 서울 내 457가구 입주 신청에 1만3714명이 몰린 바 있다. 2021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도 181가구 모집에 9091명이 신청했다. 경쟁률 50.2대1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과 고령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공공임대주택이다. 대상에 따라 6~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모두 인근지역 시중가격의 60~80%로 산정된다. 박근혜 정부시절 추진한 주택 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도 청년 주거복지 정책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좁은 평수, 높은 가격대 등으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형 전용면적 36~40㎡, 청년형 26㎡으로 공급된다. 각각 10.9~12.1평, 7.8평에 불과하다. 소형평형 위주의 공급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한다면 꺼릴 수 밖에 없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아파트 일대. 지난 2021년 2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모집 후 공가가 발생해 예비 1차 모집을 진행했으나 6가구(청년 2·신혼부부 4) 중 단 3가구만 계약됐다.   사진=조현지 기자

특히 보증금과 월세가 시세 기준으로 측정된 만큼 ‘저렴한 주거’라는 이점도 가려졌다. 1인 가구인 A씨(27세·남)는 “높은 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행복주택이 사실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보증금 대출로 나갈 이자까지 생각해보면 굳이 행복주택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가격 대비 평수가 넓은 편도 아니고 위치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신청을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1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4차 모집에서 단 한가구(2가구 중 0가구)도 계약하지 못한 래미안루센티아의 경우 보증금 9313만원, 월세 32만6000원의 가격대가 형성됐다. 지난달 모집을 시작한 2022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의 보증금은 2억4060만원에 달하면서 2억원대를 넘겼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 공고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 “더 작고 더 비싸졌다”, “임대료가 너무한 것 아니냐”, “행복주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싸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보증금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시세가 말도 안 되게 높아진 상황이다. 시세 대비 80%도 자부담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면 일반 월세랑 다를 게 없다. 실제 행복주택에 거주 중인 회원들은 ‘행복주택이 결코 싸지 않다’고 말한다”며 “시세 대비 보증금을 책정한다면 제대로 된 주거비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민간임대 논리대로 운영하게 된다면 ‘공공’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공공주택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한 3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소형 위주의 임대주택 평형 기준을 1.5배 이상으로 넓힌 ‘서울형 주거면적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중형평형(60㎡ 이상) 비율도 8%에서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ㅣ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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