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Avatar, 2009)’와 자연(自然)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아바타(Avatar, 2009)’와 자연(自然)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6-09 07:58:08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 이 어둠 속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삶이 깃들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 … 지구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아바타(Avatar, 2009)>는 우리 나라에 2009년 12월 17일 개봉하여 국내 개봉 외화론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흥행신화를 세웠다. 특히, “감정까지 잡아낸다”는 것을 뜻하는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라는 첨단 그래픽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3D의 새 차원을 개척했다고 평가된다. 반면에 자연숭배사상을 표현하였다고 하여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제이크 설리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때, 네이티리는 “어머니 대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아. 다만 삶의 균형을 맞출 뿐이지”라는 말은, 자연은 숭배의 대상도 지배의 대상도 아니며, 인간과 공존의 대상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백인 영웅이 미개한 원주민을 구한다’는 상투적인 구성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캐머런 감독은 AP통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를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른 이들을 보라고 요구하는 영화”라고 소개한 뒤, “우리와 다른 이들을 존중해야만 충돌하지 않고 더 조화롭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설득하는 영화가 인종주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화에서는 ‘에너지의 고갈’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지구인들이 판도라라는 행성의 거대한 나무 아래에 매장된 ‘언옵타늄’이라는 광석을 채굴하러 간다.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 하에, 그 이면에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려는 탐욕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아바타를 만들어내지만, 전쟁과 악으로부터 판도라를 지켜내는 수단이 된다. 그런데 그 행성은 외계인, 동식물, 광물까지 서로 소통하며 에너지를 나누고 재생하는 유기체였다. 돈에 눈이 먼 인간이 원주민 나비 족으로 대변되는 자연을 파괴하려다 결국 쫓겨나게 된다. 지구 환경이 파괴된 건 인간의 욕심의 산물이므로, 자연친화적인 삶이 요구된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 대사 중에서 잘 알 수 있다. “사람은 두 번 사는데, 두 번째 삶의 시작은 커뮤니티 또는 조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라고 한다. 아바타 제이크가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나비 족의 일원으로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나온 대사다. 결국, 우리 모두 아바타가 되어 가슴으로 느끼는 교감, 조화와 균형을 토대로 자연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강태영,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감독의 창조경영”, '매경이코노미', 제1543호, 2010. 2.10.)이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닐까?

결국, 이 영화는 아바타로서의 인간과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대비시키며, 자연으로의 동화를 보여준다.

자연(自然)이란 사전적 의미로 해석해 본다면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상태’를 말한다. 꽃, 풀, 나무, 하늘, 산, 바다, 새 등 우주 만물의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다. 자연을 가리키는 영어는 ‘네이처’(nature)인데, 이 말은 라틴어 ‘나투라’(natura)에서 유래하였고, 본래 ‘태어남’(born)이나 ‘생겨남’(produced)을 뜻한다. 자연이란 ‘생명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연은 생명이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이 남아 있다. 인간은 판도라에서 언옵테이늄을 보고 희망을 발견한다. 하지만 진짜 희망은 조화와 균형 속에 유기적 전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한 자연이다.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과 교감함으로써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자연은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 자연은 인류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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