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취직에 성공한 A(30·여)씨는 불면증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취직 준비 생활 때도 쉽게 잠에 못 들어 늦은 아침까지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취직하고 나서는 출근 시간에 맞춰야하니 2~3시간 밖에 못자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수면 유도제를 복용해봤으나 잠은 안 오고, 약을 더 복용했다가 오히려 아침에 늦잠을 자버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반신반의하며 선택한 수면 관련 앱을 이용하고나서부터는 수면습관이나 환경을 조금씩 바꾸게 되고, 차츰 출근시간에 맞는 수면패턴으로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최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2030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편리성이 특징인 ‘디지털 기기’를 통한 수면 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면의 질 및 수면용품’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9명(86.4%, 동의율)이 평소 숙면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4명은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수면이 부족하다고 답한 세대는 30대(50.4%)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40대(42%), 20대(40.4%)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수면 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조제(54.9%)’에 대한 인식이 가장 높았지만,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동의율 71.3%) 한 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으며(66.3%) 아무래도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54.0%)라는 부정적 인식이 따르기도 했다.
여기서 등장한 ‘스마트 수면 보조기’, ‘수면 유도 어플리케이션’ 등이 젊은 소비자 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조제와 다르게 인체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없는 ‘첨단 슬립테크(Sleep Tech, 수면과 기술의 합성어)’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빅테크부터 가구·가전 업체까지 ‘슬립테크’ 시장 참여
최근에는 딥러닝을 통해 수면자의 체중, 뒤척이는 횟수, 수면 자세에 맞는 신체 지탱능력을 다르게 조절하는 스마트 매트리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어주는 베개, 수면 유도 안대 등으로 구성되는 스마트 침대 제품까지 출시됐다. 또한 전자시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수면 패턴 측정 및 유도 기술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관여하는 빅테크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인체에 닿는 가구가전을 개발하는 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업체 얼리센스에 투자했다. 얼리센스는 수면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자의 취침 패턴을 분석하는 회사이다. 비슷한 사례로 LG유플러스는 수면기기 전문 브랜드 슬립에이스와 협업했다.
가전 업체 코웨이는 매트리스 내 에어셀이 사용자 체형과 수면 자세 등에 따라 4개의 공기압 변화를 감치해 경도를 조절하는 ‘스마트케어 에어매트리스’를 선보였다. 또한 수면환경 개선을 위해 수면환경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홈케어 닥터를 고용해 구매자를 대상으로 수면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텐마인즈는 AI 학습을 통해 코골이를 완화해주는 ‘모션필로우’를, 필립스는 헤어밴드로 사용자의 뇌파를 분석하고 수면 유도에 적합한 백색소음을 들려주는 ‘스마트 슬립’을 개발하기도 했다.
관련 디지털 치료제 시장도 형성과정에 있다. 단순히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유도해주는 기능을 넘어 의사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의 불면증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웰트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이는 인지행동치료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면패턴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습관, 시간을 설계해 수면제를 처방 받기 전 단계 치료 방법으로 활용된다.
에임메드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불면증 및 연관 스트레스 개선 디지털치료제 기술 개발’ 과제로 선정돼, 웨어러블 기기에 생체 데이터를 연동해 불면증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득수준 향상과 수면 중요성 증대로 수면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꿀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앞 다퉈 진출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기업도 글로벌 진출과 시장 확장을 위한 신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수면 제품 주요 소비군으로 부상한 20~40세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색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적으로 효능성을 입증하기까지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고 무엇보다 수가 적용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앞서 문제점들만 해결한다면 적어도 불면증에 있어서 약 이외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치료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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