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보르도)가 6월 평가전에서 부활했다.
황의조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 평가전에서 전반 16분 0대 0 균형을 깨는 헤딩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어 전반 21분에는 김영권의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1골 1어시스틀 기록한 황의조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집트에 4대 1 완승을 거뒀다.
황의조에게는 마음의 짐을 씻어낸 3연전이었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최다골(16골)을 넣으며 벤투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2차 예선까지는 부동의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종 예선에서 그는 좀처럼 골맛을 보지 못했다. 최종 예선 9경기에 출전해 단 1골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조규성(김천 상무)이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혀가면서 황의조의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속팀에서도 부진의 시간이 있었다. 보르도에서 11골을 올리며 최다 득점자로 올랐지만, 시즌 막바지 6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
지난 2일 브라질과 맞대결에서 황의조는 세계적인 수비수인 티아고 실바(첼시)를 이겨내고 득점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황희찬(울버햄턴)의 침투 패스를 받은 뒤 실바의 강한 몸싸움을 이겨내고 오른발 슛으로 1대 1로 균형을 맞추는 동점골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멀티골을 넣은 뒤 1년 만에 A매치 골 맛을 본 황의조였다. A매치 득점포를 가동함과 동시에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20년 만에 득점한 한국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칠레전에 휴식을 취한 뒤 파라과이전에서 감각을 끌어올린 황의조는 이집트전에서 경기 내내 날카로운 움직임과 슛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손흥민(토트넘)과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전반 16분 손흥민이 중원에서 길게 올려준 공을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전북 현대)가 정확한 크로스로 연결하자 문전으로 쇄도해 강한 헤딩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황의조는 이후에도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공중전에서 압도적이었다. 이집트 수비진을 상대로 계속해서 머리로 공을 따내며 추가 공격 기회를 노렸다. 전반 22분에는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을 머리로 흘려줘 김영권(울산)이 헤딩 추가 골을 터뜨리는 발판을 놨다.
후반 33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황의조는 6만명 가까운 관중의 박수와 환호 속에 조규성(김천 상무)와 교체돼 물러났다. 이날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황의조는 경기 후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황의조의 부활은 이번 4연전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 볼 수 있다. 벤투호는 손흥민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지만, 그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절실했다. 이번 4연전에서 황의조의 골 감각이 다시 살아나면서 큰 고민을 덜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황의조는 “우리가 원하는 게임 플랜을 갖고 경기했고 많은 득점이 나왔다. 구상대로 잘 됐다. 그 동안 득점이 없었는데 무엇보다 골을 넣은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경기의 활약상에 대해) 50점 정도 주고 싶다. 득점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한 경기도 있었고 우리가 지다가 따라갔던 경기도 있었다. 4연전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다음 소집까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