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이주비 제공 금지’, 뿔난 정비업계

‘건설사 이주비 제공 금지’, 뿔난 정비업계

기사승인 2022-06-18 06:00:02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사진=김형준 기자

국토교통부의 도지정비사업 관련 법안 개편에 정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개편된 법안 내용에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공권 협상시 조합에 이사비·이주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지난 10일 일부 개정, 오는 12월 도입된다. 법안 개정 이후 건설사가 조합에 금전적 이득을 제공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에 대해 “정비사업의 과열경쟁을 억제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계약 체결과 관련해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배제하고 사실을 명확하게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개선”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실제 그동안 건설사들은 시공권 확보를 위해 조합에 관행적으로 이주비를 제공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올해 초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조합원 이주를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70%까지 이주비 대출을 지원을 약속, 최근에는 한남 3구역에 대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기본 이주비 LTV 40% 이외에 추가 이주비 LTV 60%로 100% 지원을 공약, GS건설은 법적상한액 40%에 시공사 책임조달 50%를 더한 90%를 제시했다. 

공정한 수주 경쟁을 추구한다는 정부의 취지였지만 당장 이주비 마련 방안이 사라지게 생긴 재건축 조합 및 추진위는 법안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A씨는 “선거 때는 재건축 규제 완화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주비마저 빼앗아버렸다”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 예고도 못믿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으로 지역 내 기대감이 상승했지만 이주비 제공 금지 공약으로 찬물을 끼얹은 상태”라며 “기대감을 부풀려 도시 내 재건축 추진위 등이 출범했지만 규제 완화는커녕 목돈 마련 부담만 늘었다”고 설명했다.

법안 개정으로 인해 빠른 주택 공급에 차질이 있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향후 조합이 이주비를 마련할 다른 방안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조합 개인의 부담으로 이주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기간 소요가 늘어나 결국 사업 지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과열경쟁 억제라는 취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5위 내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장 22곳을 수주한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에 성공한 사례는 6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리한 경쟁을 지양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수주 시장 경쟁이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지와 더불어 실효성도 미지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한다지만 암암리에 이주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수 있다”며 “공식이 아닌 비공식 협상을 통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소장 역시 “제도에 대해 정부에서 전담 진행을 하지 않는 이상 암묵적으로 거래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서 관리 지도를 전담하기에는 인건비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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