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추일승호…개인 능력은 인상적, 조직력은 아직

베일 벗은 추일승호…개인 능력은 인상적, 조직력은 아직

기사승인 2022-06-19 08:05:01
기념사진을 찍는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선수단.   대한민국농구협회(KBA)

가능성과 우려가 공존한 2연전이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1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필리핀과 평가전 2차전을 106대 102로 승리했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 96대 92로 승리한 한국은 이번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5월 새롭게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추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번 평가전은 오는 7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대비한 경기였는데, 확연한 숙제를 남겼다.

왼쪽부터 최준용, 여준석, 김종규.    대한민국농구협회(KBA)

주축 빠지고, 손발 안 맞고…아쉬움 남긴 2연전

약 2년 4개월 만에 국내에서 열린 A매치에서 기분 좋은 연승을 거뒀지만, 이번에 맞상대한 필리핀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다. 대다수가 프로 선수가 아닌 대학 선수들이었고, 이마저도 부상으로 10명의 선수들만 한국에 입국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필리핀이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 한국이었다.

한국은 이번 소집에 주전 포인트가드 김선형(SK)과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데이원자산운용)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 준비에 한창인 이현중(데이비슨대)도 합류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소집돼 약 2주간 훈련에 매진했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1차전에는 16개의 턴오버를 저질렀고, 2차전에는 7개로 크게 줄였지만 호흡이 맞지 않아 쉽게 올릴 수 있는 득점 기회도 몇 차례 놓치기도 했다.

추 감독의 전술도 아직은 제대로 녹아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추 감독은 고양 오리온(현 데이원자산운용)을 이끌 당시 포워드들을 중심으로 한 전술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대표팀도 허훈, 허웅을 제외한 12명의 선수는 190㎝가 넘었다.

추 감독은 이번 4연전에서 가드를 1명만 두고 빅맨들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으로 필리핀을 상대했다. 이는 슈터를 이용한 전술을 주로 사용했던 한국 농구에겐 실험적 선택이었다.

장점은 확실했다. 단신 군단인 필리핀을 상대로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한국은 2경기 내내 공격 리바운드를 10개 넘게 잡아내면서 장신 라인업 효과를 봤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다보니 선수들을 계속해 놓치는 장면이 노출됐다. 상대 가드와 빅맨이 펼치는 2대2 공격에 대한 반응이 늦은 탓에 쉽게 오픈 찬스를 내줬다. 외곽에서도 이날 필리핀은 16개의 3점슛을 넣었는데 한국 수비진의 수비 로테이션이 꼬인 점을 노려 올린 득점이었다. 

남은 기간 수비 조직력을 얼마나 가다듬는지가 확실한 과제다. 추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KBL 정규리그를 통해 선수들의 장점을 많이 봤지만, 다 같이 모였을 때의 문제점들은 평가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수비 시 코너에 오픈 3점슛 찬스를 많이 내준 부분은 약속했던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이틀 연속 뛰다보니 체력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승리를 결정짓는 3점슛을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허웅.   대한민국농구협회(KBA)

에이스 자격 갖춘 허웅, 가능성 보인 여준석

조직력은 숙제로 남았지만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2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펼친 선수는 허웅이었다. 지난 시즌 원주 DB에서 54경기에 출전해 평균 30분 20초를 뛰며 평균 16.7점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오른 허웅은 지난 시즌 베스트5에 들어서며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국가대표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첫 경기에서 17점을 뽑아낸 허웅은 이날 3점슛 5개를 포함해 21점을 몰아쳤다. 특히 3쿼터 막바지에는 상대 선수의 반칙을 이끌어내며 3점슛을 성공했고, 4쿼터 종료 직전 팀의 재역전을 이끄는 귀중한 3점포를 터트리기도 했다. 에이스 가능성을 입증한 2연전이었다.

패스를 시도하는 여준석.   대한민국농구협회(KBA)

‘막내’ 여준석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여준석은 2경기에서 모두 스타팅 멤버로 출전해 평균 17점을 올렸다. 202㎝의 장신이지만 3번 포지션으로 나서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펼쳤다. 화려한 덩크슛과 3점슛을 성공시키는 다재다능한 공격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특히 1차전에는 최준용과 엘리웁 플레이를 만들기도 했고, 2차전에는 골밑에서 필리핀 수비를 이겨내고 백덩크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분위기가 쳐질 때 마다 여준석의 한 방이 경기 양상을 바꿨다.

추 감독은 지난 17일 여준석의 활약상에 대해 “경기로 증명을 한 것 같다. 신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 대회에도 대표팀에 뽑혔는데, 이제는 주전으로 자기 포지션에 확고한 위치를 가져가야 한다. 팀의 주축이 되야 할 선수다. 본인의 농구를 펼쳐야 한다”고 평가했다.

만능 포워드 최준용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선수다.

최준용은 1차전 3쿼터 당시 분위기를 끌어오는 3점슛 3개를 포함 16점을 올리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2차전에서는 개인 공격보다는 팀 공격에 조금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2번(슈팅 가드)부터 4번(파워 포워드)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옮기며 경기를 뛰었다. 추 감독이 장신 라인업을 가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최준용의 존재 때문이다.

이날 수훈 선수로 들어선 허웅은 “(최)준용이도 2번으로 뛸 수 있다. 또 다양한 선수들이 설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늘 경기도 보면 알겠지만 준용이가 다양한 포지션에 서며 모든 선수를 살려준다”고 평가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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