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상속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기고]

빚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상속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기고]

농협 경주환경농업교육원 김성규 교수

기사승인 2022-06-20 15:59:16
농협 경주환경농업교육원 김성규 교수

법무부가 지난 4월 5일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에 있어 단순승인을 원칙으로 하고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또는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해 일정한 조건 하에서 한정승인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단순승인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사망자)의 재산과 채무를 모두 포괄적으로 물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개정안은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성년이 되기 전인 경우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내로 지정돼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로부터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빚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불행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다. 미성년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들로부터 억울한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상속법을 전면 개정해 상속에 있어서 한정승인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즉,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를 승계하고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속의 기본원칙을 단순승인에서 한정승인으로 바꿀 경우 많은 이점이 있다. 첫째로 법률적 무지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한정승인 신청기간을 넘긴 상속인이 상속재산보다 많은 상속채무를 부담하는 ‘빚의 대물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는 한정승인 신청에 소요되는 비용과 법원의 업무처리 부담을 없앨 수 있다. 통상 한정승인 신청을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에 위임하는데 신청비용에 수십만 원이 든다. 또 가정법원이 이러한 한정승인 신청사건을 처리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마지막 셋째는 금융기관들의 채권관리에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채무자가 사망하여 채권이 부실화되고 채무자의 재산이 전혀 없거나 모두 처분된 경우에도 잔여채무에 대해서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상속인의 한정승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행 상속법에 따른 업무처리 규정상 그러한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채권에 대한 포기가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한정승인 원칙으로 민법이 개정되면 금융기관들은 채무자가 사망하고 더 이상의 상속재산이 없을 경우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상속인들의 한정승인을 인정해 채권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승인을 상속의 기본원칙으로 하는 이러한 상속법 개정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개인의 자금융통이 대부분 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배우자와 자녀 등 장래 상속인의 자산이나 신용을 심사하고 신뢰하여 대출해 주지 않는다. 고로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아무런 불이익도 피해도 없다.

‘빚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상속법 전면 개정에 관해 학계의 적극적인 논의와 사회단체와 입법기관의 관심이 절실하다.

※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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