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수원FC)의 득점은 다른 선수들에 없는 특별함이 있다.
이승우는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18라운드’ 수원 삼성과 ‘수원 더비’에서 교체 출전해 전반 27분 팀의 3번째 골이자 시즌 8호 득점에 성공했다.
유소년 시절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하며 주목받은 이승우는 유럽 무대에서 좌절을 맛봤다.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 트라위던(벨기에) 등 유럽 무대에서 통산 65경기 4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유소년 시절 바르셀로나의 이적 징계로 인해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체격이 작아 거친 몸싸움을 버거워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2월 수원FC에 입단해 한국 무대로 왔다. K리그 초반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적응을 마치고 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엄원상(울산 현대)과 함께 득점 부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 포인트는 10개(8골 2도움)에 도달했다.
이승우의 득점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욱 조명을 받는다. 이승우가 지닌 스타성, 화제성도 주된 이유겠지만,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의 득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짚을 부분은 스토리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사연은 득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승우는 지난 2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2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이승우가 박주호의 침투 패스로 수원 삼성 양형모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뒤따라온 수원 삼성 수비수 민상기의 태클에 공을 빼앗겨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날 이승우가 올린 득점은 4개월 전 실수 때와 상당히 흡사했다. 하프 라인 인근에서 라스가 뿌린 침투 패스를 두고 이승우와 민상기가 다시 경합했다.
이번에는 이승우의 승리였다. 지난 첫 대결에서는 몸이 올라오지 않아 민상기에게 따라잡혔지만, 이날은 이승우가 스피드에서 민상기를 압도하면서 공을 뺏기지 않고 득점을 만들었다. 지난번 맞대결 패배를 극복한 이승우다.
수원 삼성과 얽힌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는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나는 수원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보곤 했다”며 수원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수원 삼성의 지역 라이벌인 수원FC의 유니폼을 입고 가장 좋아하는 구단의 심장을 뚫은 이승우다. 이승우는 경기가 끝난 뒤 “기분이 이상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보면서 좋아했던 팀이기에 득점을 한 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승우의 득점에 순간적인 재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K리그에서 올린 득점들이 유난히 화려한 동작과 함께 센스 있는 플레이로 관중들의 찬사를 끌어낸다.
대표적인 득점이 지난 21일 포항 스틸러스전에 나온 터닝슛이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의 머리에 맞고 나온 공을 페널티지역 왼쪽 대각선 방면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사각에서 골대를 등진 채 몸만 비틀어 슈팅했는데,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그림같은 득점이었다.
당시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이승우가 넣는 골은 모두 고난이도의 멋진 득점뿐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식 SNS에 이승우의 해당 장면과 함께 “K리그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K리그가 우리를 태그해 이승우의 골이 ‘푸스카스상’으로 어떤지 물었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글로벌 축구 팬들도 “화려한 득점”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이승우의 득점도 그의 순간적인 재치가 돋보였다. 민상기와 스피드 경합에서 이겨낸 이후 상대 골키퍼가 뛰쳐나오는 걸 확인하고 곧장 왼발로 칩슛을 시도했다. 골키퍼가 각을 좁혀 나가는 상황에서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면 가로막힐 수 있었지만, 그는 수비수와 골키퍼의 위치를 재빠르게 확인하고 상대가 막을 수 없는 위치로 공을 차 넣었다.
이승우의 세리머니는 그의 득점을 대미를 장식한다. 이승우는 골을 넣을 때마다 특유의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여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일 정도로 팬들은 이승우가 골을 넣고 춤을 추기를 기다릴 정도다.
화려한 득점과 세리머니로 팬을 즐겁게 만드는 이승우는 5월 경기에서 가장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이 달의 퍼포먼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도 득점 이후 피리를 연주하는 듯한 세리머니로 관중들을 환호를 끌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우는 “특별한 의미가 있던 건 아니고 (세리머니를) 항상 재밌게 하려고 했다. 최다 관중이 왔고 수원 더비라 함께 하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세리머니를 많이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