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이 점차 격화되면서 유족 측이 고발하면서 ‘정보공개’ 공방이 격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특수정보(SI)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북한이 피살한 것으로 알려진 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는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해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에 관련된 청와대 관계자와 해경 관계자들을 고발 조치했다.
이래진씨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20년 9월 21일의 진실이 불과 20여개월 만에 변했다”며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거나 살려낼 의무를 저버린 만행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담당하는 청와대가 무엇을 했고 은폐와 조작에 얼마나 개입됐는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관용이 없는 수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고발된 대상은 서주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윤성현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당시 해경청 형사과장 등이다.
이번 고발로 조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월북 사실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드러나게 된다. 김기윤 유족 측 변호사는 사건 진실 여부를 알기 위해 민주당이 다음 달 4일과 13일에 의결을 내지 못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기윤 유족 측 변호사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고발을 통해 사건의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은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기록물과 SI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차적인 차이는 법원의 판단이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하라고 했지만, SI는 국민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SI 같은 경우에도 여야 합의로 몇 명의 의원들이 열람하고 우회적으로 내용을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기록물에 지시사항과 어떤 내용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엔 “대통령실에서 생산한 모든 것이 대통령 기록물에 포함된다”며 “회의록과 지시사항 등도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하 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북이 아니라 추락이라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 단장은 “故 이대준씨가 사망하기 3시간 전인 2020년 9월 22일 저녁 6시 36분 대통령 서면 보고에 월북이 아니라 추락했다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당시 대통령 서면 보고는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한 문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 SI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월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 공방 확장에 대해서는 TF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김병주 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TF 단장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기록물을 언급하는 것은 쉬운 길을 놔두고 정치적 공세를 위해 돌아가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현 국방부 장관이 SI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차관이 주관하는 정보공개 위원회를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대통령기록물은 NSC 회의 내용으로 SI 정보를 세밀하게 보고하고 토의하는 내용이다. SI 정보 공개는 안 된다면서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방위 비공개회의에서 SI정보를 소상히 보고했다”며 “회의가 끝나고 여야 의원들이 월북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한기호 당시 국방부 간사도 확실한 것 같다고 판단하고 의원총회 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족 측 고발과 함께 여야의 ‘정보공개’ 갈등이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TF가 구성됐기 때문에 의논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양측 공방에 대해 해결책은 수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SI를 국민에게 전체 공개할 수 없어서 제한된 수사 관계자와 감사 관계자에게 공개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SI가 민감한 자료라면 그것을 어떻게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개 방식 중에는 수사 관계자와 감사 관계자에게 공개하는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I뿐만 아니라 대통령기록물도 마찬가지다”라며 “대통령기록물에 SI가 포함됐다면 이 역시 공개하는 방식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예측에 대해선 “이 사건은 인권에 관한 문제로 수사와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다”라며 “결과가 나와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빨리 수습할 마음이 있다면 수사와 감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