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메리츠·삼성·키움·한국투자·NH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합산 추정치는 1조1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6047억원) 대비 25.46%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32.40%), NH투자증권(-30.60%), 미래에셋증권(-29.28%), 키움증권(-26.58%), 한국투자증권(-15.77%), 메리츠증권(-15.39%) 등의 순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수수료 급감이 꼽힌다. 글로벌 긴축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4월 18조5700억원 △5월 16조8700억원 △6월 16조74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증시 거래대금 수준은 이미 2020년 초 코로나19 최초 발생 시기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증권사별 실적 차별화는 시장 변수에 영향을 받는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보다는 상대적으로 영향도가 적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순자본비율(NCR)의 여유를 확보한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실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와 달리 탄탄한 이익을 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투자은행(IB) 사업을 강화해 실적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권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하락하는 구조다. 증권사들이 채권 운용 역량을 키우고는 있지만, 장기 보유 대출채권, 후순위채권 등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최근 인건비, 원재료비가 증가하고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PF 딜의 요구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물론 PF 딜 성사 여부는 여러 분기에 걸쳐 수익으로 인식되지만, 신규 딜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서 향후 IB 수익 감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의 실제 주가와 목표 주가는 모두 내려갔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13.6% 하향 조정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2분기 실적에서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5만1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5.88%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1만34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10.45% 낮췄고 교보증권도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8.06% 하향 조정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주요 5개 증권사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0%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24.96%(1만2500원→9380원)으로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23.05%)·한국금융지주(22.68%)·미래에셋증권(21.04%)·키움증권(19.07%) 등의 순이었다.
증권사들의 수익성 둔화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 윤재성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기준금리 상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위탁매매 부문의 위축과 운용손실 확대로 인한 증권업 수익성 저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수익이 높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교하면 실적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보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이에 따르는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