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재개발 걸림돌 송전탑···시공 착수 불가 ②논란의 송전탑, 건강권 침해는 정말 없나 ③초고층 아파트, 더 높이… 안정성 괜찮을까 |
송전탑이 재개발·재건축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과 더불어 철거 문제 등으로 도시정비사업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구로구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일대 한가운데 있는 송전탑 지중화 문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빌라 일대는 지난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을 통합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해 착공을 계획했지만 송전탑 철거 문제로 현재까지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온수동 빌라 재건축을 위해서는 항동공원부터 온수변전소까지 15만4000볼트(154kV) 송전선로 지중화가 우선이다. 다만 전력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송전철탑의 대체설비 확보 후 송전탑 철거가 가능하다. 또한 빌라 바로 옆에 있는 송전탑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대 토지주의 동의와 함께 12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부지에서 남쪽으로 약 800m(7개 송전탑 경유) 떨어져 있는 송전탑에서부터 송전선을 지하에 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송전선 통과지역 아래에 있던 아파트 단지와 빌라 주민들이 지중화 공사에 관해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부지합의 과정에서 토지주 측이 합의금을 더 달라고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 A씨는 “전체적으로 재건축 반대 여론이 거센 것은 아니었지만 한 부지가 2년 넘게 반대를 해서 사업이 지연됐다”며 “최근까지도 반대가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시행계획 반대 소송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사업부지 내 소유주가 구로구청이 재건축사업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관련 소송에 대해 “사업시행계획 무효 확인 등 소송에 대하여 기각처리됐다”며 “판결 결과에 별도 의견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 사업 지연에 대해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이 접수돼 현재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지연에 예정상 공사에 착수해야했던 시공사는 본격적인 공사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산 관계자는 아이파크 온수역 시공 지연에 대해 “현재 인허가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송전선로 경과지 확보는 완료한 상태”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공사 일정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온수동은 문제의 송전탑 일대를 제외하고 인근의 다른 부지 먼저 개발을 시작한 상태다. 온수동 럭비구장은 서해종합건설이 지난해 설립된 시행사 케이엘산업과 함께 역세권 복합개발을 추진하며 철거 작업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온수동 바로 옆에 있는 괴안3D구역 역시 올해 철거 작업에 들어가 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근 지역과 대비되는 사업 지연에 해당 빌라 일대 재건축 조합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조합 측은 쿠키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송전탑 지중화 공사비는 원인자 부담 공사라서 시공사 쪽이 아닌 저희 쪽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 이후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전기사업법 제72조 제1항에는 ‘전기사업용전기설비 또는 자가용전기설비와 다른 자의 전기설비나 그 밖의 물건 또는 다른 사업 간에 상호 장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그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그 조치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송전탑이 사라지지 않으면 재개발도 없다”며 “현재 거주중인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해야 철거가 가능해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도 모두 “곧 재건축이 될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여전히 나오지 않아 송전탑으로 인한 재개발 지연은 현재진행형이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