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낀다고 월세에서 전세로 왔더니 이자가 오르네요. 아주 등골이 휩니다”
관악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29·남)의 이야기다. 전세 거주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 상황 속 대출 받은 전세자금 이자 부담이 나날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과 4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결정이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진입하면서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에 주요 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도 연 5% 선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4일 기준)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9%, 최고 연 5.67%다.
지난해 초 연 2~3%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임차인들의 이자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10월 거래된 서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전용 30㎡ 이하 원룸의 평균 전세 가격은 1억6361만원이다. 만약 지난해 1월 연 2.5% 금리로 해당 전세금액을 빌린 경우 한달 내는 이자는 35만원 수준이지만 금리가 연 5%까지 오르면 월 납입 이자는 67만원까지 늘어난다.
치솟는 금리에 임차인들의 전세대출 이자 부담도 늘었다. 특히 자금동원 능력 부족으로 전세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채무자 수는 133만5090명이다. 대출 총액은 167조51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0~30세대는 81만명으로 전체 채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채무자 수와 대출규모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20~30세대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전체 채무자 수 중 2030세대 비중은 2019년 56.5%, 2021년 61.2%로 늘었고 같은 기간 대출액 역시 총액 대비 55.4%에서 58.1%로 비중이 증가했다.
늘어난 주거비 지출에 청년층의 한숨도 커졌다. A씨는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지출을 줄이고자 지난해 전세로 집을 옮겼다. 돈을 모아야하기 때문에 월 소득에서 주거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며 “최근에는 이자부담이 늘면서 주거비 지출 총액이 월세 살 때랑 큰 차이가 없다. 이러면 크게 대출받아서 전세에 사는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계약 갱신을 앞둔 청년 임차인은 주거비 부담이 더 늘었다. 신규 계약에 따른 전셋값 인상에 더해 발생하는 이자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년차 직장인 B씨(27·여)는 “걱정이 크다. 물가가 오르니 집 주인도 분명 집값을 올리려고 할텐데 이자까지 극성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런게 무주택 가구의 설움인가 싶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찾는 청년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기준 전월세 현황은 전세 72만2187건, 월세 75만3524건이다. 월세 비중은 51.1%로 전세(48.9%)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서울 확정일자 부여 전월세 현황은 전세 21만8577건(47%), 월세 24만6023건(53%)으로 역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앞질렀다.
현재 월세에 거주 중인 C씨(26·여)는 “매달 주거비로 60만원 정도 쓴다.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번 계약이 끝나면 전세로 옮기려고 했다”며 “찾아보니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 내는 돈이랑 큰 차이가 없었다. 좀 저렴한 전세는 대부분 반지하라서 차라리 돈 더 내고 괜찮은 집에서 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늘어가는 대출이자 부담에 시름이 커지자 일부 시중은행은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라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0.35%p, 0.3%p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과 케이뱅크 등도 이자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