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다시 뭉친 송골매의 열망, 그리고 숙명

40년 만에 다시 뭉친 송골매의 열망, 그리고 숙명

기사승인 2022-07-06 16:20:21
밴드 송골매 멤버 배철수(왼쪽), 구창모.   사진=임형택 기자

‘숙명이다.’ 1981년 자신을 찾아 설악산까지 온 배철수를 보며 구창모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 출전해 이름을 떨쳤던 그는 당시 음악을 끊고 설악산 암자에 들어가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배철수는 구창모를 밴드 송골매에 영입하려 설악산으로 향했다. “감동이었어요. 함께 음악하자는 제안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죠.”(구창모) 7일 서울 합정동 신한 Lpay스퀘어에서 만난 배철수·구창모가 들려준 얘기다.

한국 록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송골매가 돌아온다. 배철수와 구창모는 오는 9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인천을 돌며 공연을 연다. 송골매 전성기를 이끌던 두 사람이 한 팀으로 모인 건 구창모가 팀을 떠난 1984년 이후 약 40년 만이다. 무대에 오른 두 노장의 얼굴은 청년처럼 빛났다. “설레고 떨리고 긴장도 되네요.”(구창모) “걱정이 큽니다. 팬들이 실망하시거나 ‘오빠들이 많이 늙었네’라고 생각하실까봐. 하하.”(배철수)

오는 9월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하는 배철수와 구창모.   사진=임형택 기자

40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송골매를 다시 깨운 이는 배철수다. 그는 10년 전부터 구창모에게 ‘송골매 마지막 공연을 열자’고 제안해왔다. “구창모처럼 재능 있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해외에서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던 구창모는 배철수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한국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애초 2020년 12월에 콘서트를 열려고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공연 일정을 미뤘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공연에 송골매 4기 멤버 이태윤도 힘을 보탰다. 음악감독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그는 “왜 이제야 (공연을) 하셨나 싶을 정도로 두 형님 모두 실력이 건재하시다”며 웃었다.

공연 제목은 ‘열망’. 구창모는 “우리가 20대 때 가졌던 열정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열망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젊은 시절 송골매는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경찰이 가위를 들고 ‘장발족’을 사냥하던 시대, 이들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렸다.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게 하는 건 사람을 죽이는 일”(배철수)이라고 생각해서다. 턱시도를 차려 입은 선배 가수들 사이에 당돌하게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건방지다’는 방송국 PD들의 힐난에도 송골매는 주눅 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 우리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옷이 청바지뿐이었어요. 우린 그 청바지를 자랑스러워했고요.”(구창모)

(왼쪽부터) 배철수, 최정훈, 수호, 구창모.   사진=임형택 기자

청춘을 만끽하는 ‘송골매 정신’은 시간을 뛰어넘어 후배 가수들에게 계승된다. 송골매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그룹 엑소 멤버 수호와 밴드 잔나비는 송골매 공전의 히트곡인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를 각각 다시 부른다. 수호는 “어머니가 송골매의 엄청난 팬”이라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배철수가 직접 리메이크 주자로 뽑은 잔나비 보컬 최정훈은 “송골매는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밴드”라며 “한국 록 사운드의 기틀을 잡아주신 송골매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송골매는 전국투어를 마친 뒤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년 3월까지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틀랜타에서 공연을 열고 현지 팬들을 만난다. 배철수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과 우리 두 사람 모두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후 여정은 아직 물음표다. 배철수는 “미국 공연을 마치면 음악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지만, 구창모는 “그렇게는 안 될 거”라며 “내게는 이 공연이 (음악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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