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후반전에는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수원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2’ 20라운드 대구FC와 맞대결에서 1대 1로 비겼다.
수원은 전반 28분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 미드필더 정호진이 세징야를 저지하다가 2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됐다. K리그2(2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적해 첫 경기를 치른 정호진은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다.
수적열세에 빠진 수원은 설상가상 정호진이 퇴장 당한지 2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조진우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분위기가 쳐진 수원은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수원이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하프 타임이 끝난 후 수원은 완전히 달라진 팀이 돼 돌아왔다. 수원 선수들은 한 명 부족한데다 간간이 폭우가 내려 체력적으로 더 힘든 환경에서도 우세하게 경기를 펼쳤다.
수비 시에는 한 발 더 뛰며 공간을 메웠고, 공격수부터 강하게 압박을 펼쳐 대구의 공격을 저지했다. 수비수들도 주저하지 않고 태클을 시도했다. 공격할 때는 전반전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매섭게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교체 카드도 연달아 성공했다. 이병근 감독은 적재적소의 교체 카드를 활용해 선수들의 체력을 적절히 안배했다. 교체돼 들어온 이기제와 오현규는 동점골을 합작했다. 이후 후반 28분에는 이적생 안병준이 그라운드를 밟아 공중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도 수원의 달라진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전에 36%밖에 되지 않은 점유율은 51%까지 올라갔다. 유효 슈팅도 후반전에는 5개나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하프 타임 당시 라커룸의 상황을 전했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 선수들에게 ‘심판에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말했다. 또 ‘한 발 더 뛰고 더 커버해달라’고 했다. 코치진들은 전술 변화를 이행했다. 마나부, 정승원 같은 선수들이 역습에 나갈 수 있는 선수가 있어서 중원을 강화했다.”
동점골의 주인공인 오현규도 “주장 (민)상기형부터 모두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들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기회는 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팬들의 외침도 각성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전반전을 밖에서 지켜봤는데 1명 퇴장당한 상태에서 관중석 쪽에서 관중 분들의 ‘절대 포기하지 말자. 할 수 있다’는 말이 들렸다. 비도 오고 습한데 경기장 와주신 이 팬들을 위해 오늘 지더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장에서 10명 중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뛰었는데 팬들의 외침이 큰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에 대해 “만일 무너졌다면 늪으로 빠질 수 있었는데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한 발 더 뛰며 동점골을 넣기 위해 상대 공격 진영까지 쫓아갔다. 많은 희망을 보는 경기이지 않나 싶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7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한 수원(3무 4패)이 오는 10일 포항 원정에서는 승리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