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서해 공무원 사건’ 정쟁만 남아…“월북몰이 vs 안보실 개입”

與·野, ‘서해 공무원 사건’ 정쟁만 남아…“월북몰이 vs 안보실 개입”

여야 전 정부와 현 정부 대치로 정쟁
유족 요구한 ‘진실규명’ 흐려지고 있어
하태경 “민주당 말로만 대응”
김병주 “각 기관을 통해 사실 검증”

기사승인 2022-07-08 06:15:02
북한 피살 공무원 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왼쪽부터)와 김기윤 유족측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여야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진실규명보다는 정쟁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문재인 정부의 ‘월북몰이’, 윤석열 대통령실 ‘안보실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건 결과가 뒤집어진 초기 대통령기록물과 특수정보(SI)를 통한 진실 규명에 집중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故 이대진씨의 유족 측은 ‘진실규명’을 해달라며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문재인 정부 책임론’과 ‘윤석열 정부 개입론’으로 격돌하는 상태다.


고발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힘 TF는 지난 4일 이 사건을 UN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제소 이유로는 UN이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와 책임·진상규명에 대한 협력 여부 등이다.

국민의힘은 문 정부가 사망한 공무원을 상대로 ‘월북몰이’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은 6일 결과발표를 통해 “정부가 생존사실을 알았음에도 상황을 공유하지 않고 구조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구조요청이 있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우리 국민이 (북측해역에서) 발견됐고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이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유됐다”며 “22일까지는 추락이고 24일에는 월북으로 바뀌는데 이를 모의한 회의가 23일 새벽 1시와 오전 10시에 열린 관계장관 대책회의”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방부를 방문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보고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윤 정부의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병주 민주당 ‘서해공무원 사망’ TF 단장은 “합참의 정보 판단은 사건이 일어난 당시와 변한 게 없다”며 “최근에도 별도의 정보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안보실이 개입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합참의 월북추정 보고서와 SI를 안보실 1차장과 2차장이 열람하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도 개입되면서 당시 사건 관계자를 고발했다. 국정원은 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관계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 조치했다.

국정원은 공지를 통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가 있다”며 “국가정보원법과 공용전자기록손상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훈 전 국정원장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로 종료시킨 혐의가 있다”며 “국가정보원법위반과 허위 공문서작성죄로 고발 조치했다”고 전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왼쪽부터)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공무원 사망’ TF 단장.   연합뉴스

양당 TF 단장들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정쟁화된 이유로 상대 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선 첨예하게 입장이 갈렸다.

하 단장은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 측이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근거와 메뉴얼 등을 제시하면서 문제점을 제기하는데 민주당 측은 말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개입설에 대해선 “유족 측이 바라는 진실이 중요한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진실을 규명할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개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월북몰이 배경에 대해선 “(월북몰이를 한) 당사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북한의 태도로 남측의 여론이 악화할 것을 고려한 것 같다”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북관계가 완전히 끝났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도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쟁화됐다는 비판이 있다는 말에 “(이 사건은) 정쟁화될 사안이 아님에도 정쟁이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정부의 개입설과 근거 여부에 대해선 “각 기관을 방문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한 사안이다. 일부는 기관별로 보고받고 이야기를 했다”며 “국가 안보실이 깊게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사건 당시 정보위 간사였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서해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국민의힘이다”라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내용을 사실 검증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국정원의 고발에 대해선 “국정원 전직 원장들을 고발한 것은 현 정부가 안보를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정부에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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