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 상추가 사라졌다”…가격 인상 대신 반찬 빼는 식당들

“고깃집에 상추가 사라졌다”…가격 인상 대신 반찬 빼는 식당들

치솟은 채소 가격에 자영업자도 손님도 ‘울상’

기사승인 2022-07-14 17:19:17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채소 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 상추를 1인당 5장만 제공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3일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고깃집에 방문한 유승희(58·여)씨는 밑반찬으로 나온 쌈채소 양이 부족해 직원에게 추가해줄 것을 부탁했다가 “쌈채소 추가로 2000원을 더 내라”는 답을 받았다. 유씨는 “메뉴판에 그런 내용이 없는데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도 없던 리필 값이라 의아해하자 사장이 ‘요즘 채소 값이 얼만 줄 아느냐’며 소리치더라. 물가가 올라 자영업자도 힘들겠지만 손님 입장에선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웃도는 등 물가 인상 부담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른 장마와 폭염이 더해져 채솟값이 크게 뛰면서 장을 보는 소비자는 물론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속까지 태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추, 깻잎 등 채솟값이 크게 오르면서 아예 반찬 구성에서 빼버리거나 손님에게 리필해주지 않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다. 이는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크기나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재료로 바꾸는 현상으로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쌈채소를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제공하기 어렵다거나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상추 4kg에 8만원이 넘는데 특상이라는 제품 상태도 어느 정도는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상추 한박스에 10만원이 넘는다”이라며 “상추가 아니라 금추”고 말했다. 

“도토리묵에 야채가 풍성하게 보여야 하는데 상추가 금값이라 무엇을 넣어야 할까”는 한 자영업자의 글에는 상추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추천하는 자영업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고기 2인분에 (손님이) 상추 두 세접시씩 찾으면 힘들다” “상추 가격을 비롯한 물가 때문에 한숨부터 나온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치솟는 채소 가격에 손님들도 불만이다. 주부 김영은(38·여)씨는 “자주 가던 고깃집이 식자재 가격 상승 이유로 메뉴 가격을 3000원씩 올렸는데 셀프바에 있던 일부 채소를 안 보이는 곳(직원만 사용가능한 매대)으로 옮겼더라”며 “음식 가격은 올랐는데 쌈채소 한 번 더 달라는 것도, 반찬을 리필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발 배달시켰는데 배추 3장, 깻잎 5장만 왔다” “족발 특대 배달시켰는데 상추 3장, 깻잎 2장 왔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도 올라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6% 인상했다.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은 4.8% 올랐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 청상추 평균 가격은 4kg당 7만1060원으로 1년 전 3만1940원보다 약 2.2배 급등했다. 한달 전(1만8284원)과 비교하면 3.8배 비싸졌다. 

적상추 4kg의 평균 도매가격은 5만766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2만1140원)과 비교해 2.7배 이상 올랐고, 1년 전(3만2168원)과 견줘봐도 1.9배 올랐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식품저널 통권 300호 발간 기념 포럼에 참석해 “정부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실제 식품 물가안정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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