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는 기업이 유보금(자본잉여금)으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뜻합니다. 주로 실적이 좋은 기업이 주주 가치를 높이려고 단행합니다. 이때 외부 자본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무상증자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주가가 급등하죠. 기준일 이전까지 해당 종목의 주식 1개만 사들여도 2개 이상으로 늘어나고, 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량 또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권리락에 따른 착시효과도 있습니다. 권리락은 기업가치(시가총액)는 그대로지만 증자 등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의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낮아 보이고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죠.
예컨대 A가 B 회사의 주식 100주(주당 1만원)를 보유했고, B 회사가 1주당 신주 1주의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면 A의 주식은 200주로 늘어납니다. 그러나 그 가치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뛰는 건 아니죠. 주가는 인위적으로 1만원에서 5000원으로 조정(권리락)됩니다.
무상신주는 상장일 전인 아닌 신주배정기준일로부터 2영업일 전까지 해당 회사 주식을 매수해야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권리락은 신주배정기준일의 1영업일 전에 발생합니다.
주가를 띄우거나 실적 부진에 따른 주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기업은 무상증자를 택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20일까지 상장기업의 무상증자 결정은 48건입니다. 이 중 코스닥 기업 관련은 44건인데요. 코스닥 기업의 무상증자는 2020년 49건에서 지난해 10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무상증자로 기업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는 대부분 다시 하락합니다. 노터스의 경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 달 반만에 주가가 10배 넘게 뛰었지만, 이후 다시 급락하며 현재 주가는 무상증자 기준가(7730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종 매매를 했던 많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봤죠. 공구우먼, 모아데이타, 케이옥션 등 무상증자 발표 이후 연이은 상한가를 치다 급락했습니다.
최근엔 회사 임원이나 벤처캐피털(VC) 등은 무상증자로 주가가 오를 때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무상증자가 큰손 투자자의 차익 시현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죠.
지난달 21일 무상증자를 발표한 케이옥션의 경우 4명의 임원이 보유주식을 일부 처분했습니다. 지난 4월 무상증자를 했던 와이엠텍 역시 상무이사가 권리락 일에 주식을 일부 매각했죠.
벤처캐피털이 무상증자를 이용해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이달 들어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 13곳 중 4곳에서 VC 매도 물량이 나왔습니다. 아주IB투자는 모아데이타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5일 잔여 지분 전량(27만6555주)을 매도했죠. SBI인베스트먼트 역시 실리콘투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당일 20만주를 팔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했는데, 무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VC들이 서둘러 지분을 매각한 모양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무상증자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까지 주당 1주 이하의 무상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에는 1주를 초과해 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일부 코스닥 기업은 주당 5주 이상의 신주를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급락장으로 무상증자에 현혹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상증자 가능성 또는 결정 사실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