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스 수현 “기죽지 않아, 맨주먹뿐이지만” [쿠키인터뷰]

유키스 수현 “기죽지 않아, 맨주먹뿐이지만”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8-03 06:00:23
첫 솔로음반을 발매한 그룹 유키스 멤버 수현. 탱고뮤직

“난 기죽지 않아 / 맨주먹 하나뿐이지만” 그룹 유키스 멤버 수현은 지난 1일 내놓은 솔로음반 1번곡 ‘웨이크 업’(Wake Up)에서 이렇게 다짐한다. 드럼과 기타를 뚫고 지르는 목소리가 번개처럼 짜릿하다. 수현은 전 소속사였던 NH EMG와 계약이 끝난 지난해를 떠올리며 이 곡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매니저 없이 혼자 일정을 소화했거든요. 힘들 땐 자신에게 얘기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현이 들려준 얘기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곡이지만 수현은 ‘웨이크 업’이 그만의 노래가 되지 않길 바랐다. 누구든 자기 경험을 이 곡에 담길 원했다. ‘웨이크 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수현은 “누구나 ‘나도 그랬는데’라며 공감하거나 ‘앞으로는 이래야지’라고 다짐할 수 있는 노래들로 음반을 채우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바람 속에 탄생한 음반이 ‘카운트 온 미’(Count on me)다. 타이틀곡 ‘소주의 요정’을 비롯해 모두 5곡이 실렸다. 수현은 유키스로 데뷔한 지 14년 만에 첫 솔로음반을 손에 쥐었다.

수현. 탱고뮤직

음악은 달콤하고 편안하다. 남성 듀오 빛과 소금의 대표곡 ‘샴푸의 요정’을 오마주한 ‘소주의 요정’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빠지는 과정을 소주에 취한 기분에 빗댄 노래다. 수현은 “누구나 쉽게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라 좋았다”면서 “뮤지컬 같은 무대를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어지는 ‘마이 프렌드’(My Friend)에는 그룹 틴탑 멤버 니엘이 피처링했다. 두 사람은 한때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으로 지내다가 각자 다른 그룹으로 데뷔했다. 방송국에서 마주칠 때마다 주고받던 ‘함께 노래해보자’는 약속을 10여년 만에 지켰다.

음반은 혼자였던 누군가가 다른 이를 만나 하나를 이루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수현은 “혼자만의 감정에 빠진 ‘웨이크 업’을 시작으로, 설렘을 주는 누군가를 만난 ‘소주의 요정’,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이 쌓인 뒤 부르는 ‘마이 프렌드’를 지나 마지막 곡 ‘메리 미’(Marry Me)에선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목부터 ‘결혼하자’는 뜻인 ‘메리 미’를 두고, 염두에 둔 상대가 있냐는 물음에 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일에 집중하는 지금이 행복하거든요.”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에서 유키스 히트곡 ‘만만하니’ 무대를 꾸미는 유키스 멤버 케빈(왼쪽)과 수현. ‘문명특급’ 캡처

수현은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말자”는 ‘웨이크 업’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장본인이다. 유키스 시절 일본의 공연 성지인 도쿄 부도칸(무도관)에서 공연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군 전역 후 멤버 모두 소속사를 떠나면서 팀 활동이 흐지부지해졌다. 앞날이 불안할 때면 수현은 ‘나를 제대로 보여주자’며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았다. 지난해 SBS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에서 유키스의 지난 히트곡을 재조명하며 수현에게도 날개가 돋쳤다. 그는 “가수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힘들어도 너무 자책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유키스 멤버들을 모아 다시 한 번 팀으로 활동하기를 염원한다. 팀 동료 기섭, 훈도 자신과 계약한 탱고뮤직에 데려왔다. 수현은 “모든 멤버가 뭉치긴 어렵겠지만, 세 명이서라도 음반을 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유키스를 제작한 김남희 NH EMG 대표에게 팀 이름을 쓸 권한도 넘겨받았다고 한다. 수현에게 유키스는 못 다 이룬 꿈이다. 유키스가 왜 그리 소중한지 묻자 “내 인생이 다 녹아들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키스가 없었다면 저도 없었을 거예요. 제 인생 가장 스펙터클하고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에요. 그 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하고, ‘좀 더 열심히 할걸’ 하며 못 다 한 기분이 들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유키스가 창피하진 않아요. 멤버들과 즐거웠던, 살아있는 기분이 들던 그 때를 다시 한 번 만끽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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