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할 것 없이 대부분 투자자산에 파란불이 이어지고 있다. 버텨야 할지, 버려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이어지는 ‘3고(高) 위기’의 시대에는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금, 달러 등에 분산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 그룹 부부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지, 경기침체가 올지 등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짜보고 이때 오르는 자산들을 시기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지금으로부터 6개월 후까지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인플레이션 관련 자산인 원자재의 비중을 높여놓고 다른 자산의 비중을 조금 낮게 해서 깔아놓는 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해서 인플레이션에서 수익률이 높은 원자재 관련주에만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 부부장은 “원자재 관련 상품, 채권, 금 등을 균등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가능성 큰 것에 비중을 두고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플레이션(물가)을 헷지 할 수 있는 자산군과 달러화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군은 고금리 장기예금, 물가 연동채권, 부동산, 경기 방어주 및 배당주 성격의 주식이 있다. 달러화 자산으로는 달러화 예금(현금)이나 달러화 지수 연계 상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8월에도 계속될까
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달러(0.08%) 내린 1311원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거란 기대에 129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 요인은 여전한 반면 원화 강세 재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강달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안전자산으로서 가치, 유로존 경기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유로화 약세,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기 펀더멘털,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달러화 강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하반기에도 달러·원 환율은 1250~1350원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상방 리스크가 높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도 달러의 고공행진을 막을 요인을 찾기 어렵고 2023년 2분기 이후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도 지난 7월15일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20원을 상회했다. 다만 4분기부터는 원화 약세가 진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환율의 방향성을 보면서 달러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오건영 부부장은 “달러는 다른 자산들이 다 죽을 때 혼자 뛰는 자산”이라면서 “포트폴리오에 일종의 보험 자산처럼 두는 게 좋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사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 팀장은 “환율도 현재 고점으로 보고 있어 달러 수요가 있다면 조금씩 떨어질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헷지 ‘금의 배신’…넉 달 연속 하락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헷지(hedge·위험회피) 자산으로 꼽히는 금(金)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금 가격이 바닥에 근접한 만큼 하반기부터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자산 분산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기준 국제 금값은 전날보다 8.25달러(0.46%) 내린 온스당 1767.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3월 8일 종가 기준 2009달러를 웃돌았던 금값은 이후 12% 이상 하락했다.
빠른 금리상승으로 금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금값이 급락했다. 여기에 달러 강세도 금값 하락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건영 부부장은 “1온스에 1000달러였다면 달러가 강해졌을 때 500 달러로도 1온스를 살 수 있게 된다”면서 “미국의 경기가 둔화가 되면서 금리 인하로 돌아설 때 금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연준은 경기 부진을 반영해 금리 인상 속도를 베이비 스텝(25bp)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금리가 하락하며 금 가격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은 달러에 대한 안전통화적인 수요가 금보다 강하지만 점차 금으로도 관련 수요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자산 분산 차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현섭 팀장은 “금은 전망하기 매우 어렵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나 금리 인상은 금 가격에 부정적이다”라면서 “금 가격을 전망해서 투자하는 것 보다는 자산 분산 차원에서 한 5~10년 뒤를 보고 조금씩 매수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에는 금리 하락 예상…예·적금 가입 ‘적기’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내년부터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이 예적금에 가입하는 데 적기라고 설명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WM 전문위원은 “현재 12개월짜리 예금이 3.1%, 3.2% 정도다. 가입하면 금리를 확정할 수 있다”라면서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로 진입할 수 있으므로 지금 고금리 상품을 잡아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팀장은 “금리 인상을 기다렸다가 예금에 가입하기보다는 일단은 가입하고 나중에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리 상승이 먼저 반영됐기 때문에 6개월이나 1년이나 차이가 크게 없을 것” 이라고 조언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