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 멍든 청년주택… 주민 반발 어쩌나

갈등에 멍든 청년주택… 주민 반발 어쩌나

기사승인 2022-08-05 06:00:26

“청년주택과 사생활을 공유하며 주차장도, 아파트도 나눠쓰기 싫습니다”

청년주택인 ‘잠실 엘타워’ 인근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청년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 반발이 반복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청년주택 ‘잠실 엘타워(좌측 건물)’.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청년주택 피해 감수해야하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타워는 지난달 27일부터 일부세대 입주가 시작됐다.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도보 3분, ‘초역세권’ 입지로 청약에서도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약경쟁률은 △특별공급(청년) 20대1 △일반공급(청년) 12대1 △일반공급(신혼부부) 1.6대1 등이었다.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대조적으로 인근 아파트 단지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일부 단지가 청년주택과 가까이 맞닿은 만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였다. 주차장과 산책로 등 단지 시설물 공유 문제와 지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분진 피해보상 문제도 제기했다. 

청년주택이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민은 입주자 커뮤니티에 “핵심 단지 가격이 망가지면서 아파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라며 “외부인 침입, 상가 옆 담배광장, 맥주도 판매하는 편의점 등 우리가 감내해야하는 일인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주택을 둘러싼 주민 반대는 반복된 문제다. 청년주택을 혐오시설인 것처럼 여기는 님비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민아파트’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지난 2018년 서울 영등포구청역 인근 청년주택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인근 아파트에서 △아파트 가격폭락 △불량 우범지역화 우려 등을 근거로 ‘빈민아파트 도입을 반대한다’라는 취지의 안내문이 붙은 바 있다. 

주민 반발로 실제 사업이 무산된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지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로 소송전까지 벌어졌고 국토부는 2년 만에 행복주택 시범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인근 롯데칠성 차량정비공장 부지에 청년임대주택 건립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시의 특혜행정 등을 주장하며 건립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7평 쪽방임대 이제 그만”

일각에선 소형평수에 집중된 청년주택 공급을 개선해야한다는 필요성이 나온다. 1인가구에 초점을 맞춘 공급으로 ‘임시거처’ 성격이 강해지면서 청년주택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묻고 싶다. 7평짜리에서 정말 살고싶은게 맞나”라며 “39세까지 청년주택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7평 규모의 청년주택만 많이 만들면 동네를 임시거처화 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은 최근 롯데칠성 차량정비공장에 청년임대주택 건립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곳이다. 총 1400가구 중 800가구는 7평 규모 건립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아파트에는 ‘재벌기업 배불리는 쪽방임대 결사반대’, ‘1400세대 쪽방촌 이제 그만’, ‘청년도 아빠다! 7평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 등 청년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청년 세입자 연대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한번 지으면 30년 이상 유지되는 주택들이 계속해서 소형으로 공급되다보니 청년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청년 주거면적에 대한 기준 자체를 사회적으로 다시 논의해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임대주택 정책을 ‘시장중심’으로 변화해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청년주택은 600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모든 임차인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순 없다. 주거취약계층 10%에게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시장에 맡기는 전략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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