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이른바 ‘나쁜 임대인’으로 불리는 상당수가 임대사업자로서 세제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중 관리하는 나쁜 임대인 186명 중 114명이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말소된 인원은 28명에 불과했다.
민간임대주택법은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중재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임대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임차인에게 명백히 피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114명은 보증사고 발생 후 HUG가 보증금을 대위변제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으로 말소 요건인 ‘법원 등의 판결’이 전제되지 않아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들이 낸 보증사고는 총 2689건으로 대위변제액만 5636억에 달하지만 회수된 금액은 725억으로 12%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지방세 감면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른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소득세 또는 법인세, 양도소득세 감면 등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나쁜 임대인은 국가의 구상권 청구에도 연락을 회피하는 등 납부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데 법적 미비로 인해 임대사업자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며 “악의적 체납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깡통전세’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나쁜 임대인’의 명단을 내년 상반기부터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결과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나쁜 임대인 명단을 내년 상반기부터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거 3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강제집행, 채권 보전 조치 등을 2회 이상 받은 임대인이 대상이다.
나쁜 임대인은 해마다 증가해 세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2번 이상 돌려주지 않아 HUG에 신고된 ‘나쁜 임대인’은 2019년 8월 50명에서 2022년 6월말 기준 713명으로 늘었다. 3년 사이 14.3배 증가한 수치다.
2013년 이후 HUG에 신고된 보증금 미반환 사고 8864건, 사고액 1조8222억원 가운데 나쁜 임대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4918건(55.5%), 사고액은 1조147억원(55.7%)을 기록해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