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외국어고등학교(외고) 폐지 등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도 한 달여만에 직을 내려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34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은 출범 전부터 우려를 샀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과학기술교육분과에는 교육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수위원이 없었다. 교육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해 축소하거나 부처 명칭에서 교육을 빼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는 ‘교육홀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 장관의 공백도 길었다. 정부는 교육부 장관 없이 닻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각종 의혹 관련 김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김 전 총장은 지난 5월3일 자진 사퇴했다. 이후 박 부총리가 지난달 4일 임명됐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정부 출범 56일만에 교육부 장관이 사령탑에 앉은 것이다. 박 부총리 사퇴로 교육부 수장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됐다.
정책도 문제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 전국 실시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아동의 발달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무리한 학제개편안은 철회해야 한다”며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고 질타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뒤로 물러섰다. 윤 대통령도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뒤집힐 것을 기대했던 외고 폐지 정책의 재확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5년 외고와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외고가 존치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부총리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외고 폐지 방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와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토론이나 공청회 없는 일방적인 교육정책 발표”라고 반발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