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각)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전달(9.1%)보다 낮은 수치다. 근원 소비자물가 기준으로는 6월과 같은 전년 동월 대비 5.9%, 전월 대비 0.3%를 기록했다. 근원 소비자물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3월을 고점으로 피크아웃(고점 통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류진이·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물가 발표로 상승 출발 후 장중 상승 폭을 계속 키우며 강세로 마감했다”며 “미국 금리 선물 시장에 매겨진 9월 FOMC에서의 75bp 인상 확률은 8일 기준 71.7%에서 전일 41%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9월 FOMC 이전에 8월 CPI 발표가 한 차례 더 남았다”며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부터 식료품 가격까지 전반적인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지표 한 번에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물가 추가 둔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7월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은 가솔린 가격 하락이었다. 가솔린 가격은 6월 전월 대비 11.2% 상승했지만, 7월 들어 7.7% 하락하며 주거비와 식품 가격 상승의 효과를 모두 상쇄했다. 세부 항목 중에서는 주거비, 새 차, 레크레이션 등이 크게 상승했다. 7월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했다. 항공 운임 역시 6월에 이어 7월도 내렸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이번 물가 상승률 둔화를 완전한 피크아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선 주거비가 전월 대비 꾸준히 0.5~0.6%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주거비 상승률을 선행하는 S&P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상승률도 재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중 주거비 상승률 둔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올해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유가는 기저효과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연말에는 유가가 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올해 초 나타난 급등 현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유가 변동성에 따라 기저효과를 통해 올해 8월과 11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운 ‘물가 상승-임금 상승-물가 상승’ 순환 과정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3개월 고용 증가를 계획하는 기업체의 비율도 다소 내려왔다. 이에 노동 수요 증가로 인한 임금 상승 압력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생산자물가도 둔화하고 있다. 전일 미국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기 전 중국 생산자물가가 발표됐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블룸버그 예상치는 4.9%였지만, 이를 밑도는 4.2%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물가 압력 둔화 속도에는 중국 생산자물가보다 에너지 가격, 미국 내 임금, 보복수요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가격 등이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둔화세로 접어들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예상 외로 크게, 그리고 폭 넓게 둔화되면서 시장은 일단 안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유가 하락에 이어 최근 국제 식품 가격 하락을 감안하면 식품 물가도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기대하던 8.7%보다 낮은 수치다. 근원 CPI 역시 5.9% 상승하며 예상치인 6.1%를 밑돌았다.
허 연구원은 “7월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면서 “최근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가격이 4.6%, 가솔린은 7.7%씩 하락하면서 상품 물가 하락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고차 가격이 3개월 만에 전월비 하락 전환했으며(-0.4%) 신차 가격도 0.6% 상승해 6월(+0.7%) 대비 상승세가 둔화됐다.
허 연구원은 “긍정적인 점은 서비스와 기조적 물가 상승세도 크게 둔화했다는 것”이라며 “최근 수 개월 간 전월비 0.7~0.9% 가량 상승하던 서비스 물가가 7월에는 +0.3% 증가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또 주거비 상승률이 둔화되기도 했지만, 항공요금(-7.8%), 숙박(-2.7%)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1%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허 연구원은 “기조적 물가지표인 절사평균 CPI와 중앙값 CPI의 전월비 상승률도 크게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고차/항공료/숙박 물가의 하락세도 리오프닝 수요에 의한 물가 압력이 일단락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반적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강해질 위험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