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면전을 예고하면서 국민의힘 인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입장과 미래 담론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당에 대한 불만이 많은 대표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이라며 “양두구육, 삼성가노와 같은 말은 더 쓰지 않길 바란다. 상대방 인격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자신의 도덕적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양두구육은 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앞과 뒤가 다른 행동을 의미하며 삼성가노는 3개의 성을 쓰는 종이라는 의미로 유리한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그 집단에 합류하는 행동을 비판할 때 사용한다.
이 대표의 ‘윤핵관 험지 출마’와 ‘세대포위론’에 대해선 “흠집 내기가 지나쳐 지역구 주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발언은 다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윤 대통령이 이 전략으로 이겼는지 질 뻔했는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 대표의 입장에 대해 위로하면서도 ‘이준석 개혁’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준석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한다. 선거 승리 후 돌아온 것은 왕따였고 당대표 축출이니 얼마나 화가 나고 서운했겠느냐”라며 “다만 이준석 개혁은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못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명석하고 말을 잘하는 이준석이기 때문에 구닥다리 행태를 못 참고 쏘아붙이고 박멸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준 게 화근으로 보인다”며 “이들 역시 국민이고 소중한 한 표기 때문에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고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야기를 보면 비판이 도를 넘었다”며 “남 탓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잘못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두구육’ 발언에 대해선 “(이 대표의) 자기변명이다. 대통령과 관련해 이런 말을 하는 게 문제”라며 “정말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면 본인부터 봐야 하고 (이번 일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극은 넓어졌지만, 대통령 성격이 다독이고 끌어안는 스타일”이라며 “끌어안을 가능성은 있다. (이 대표가) 지금이라도 자성의 자세를 갖춰야 대통령이 끌어안을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조금 더 소통하고 다시 같이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목표는 같다”며 “지엽적인 문제에서 차이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선 “지나치게 거친 표현이 많이 나왔다. 감정적인 것도 있었다”며 “하지만 당이 안고 있는 문제와 당의 체제를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담론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이 새로운 이슈를 계속해서 따라가야 하고 기존 담론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며 “당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