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길, 미래 ‘식량 전쟁’ 경고 “투 트랙 전략” [쿡 인터뷰]

안병길, 미래 ‘식량 전쟁’ 경고 “투 트랙 전략” [쿡 인터뷰]

“식량의 무기화 지금부터 대비해야”

기사승인 2022-08-19 06:00:20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사진=임현범 기자

농해수위 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과 수산 산업에 대해 비전을 제시했다. 또 언론인 생활 32년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자신의 지역구와 부산에 필요한 ‘키워드’를 꺼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17일 부산 엑스포 유치를 비롯해 농해수위 일정에도 각종 자료를 꺼내 들고 해양과 수산 산업의 중요성을 소리 높였다. 특히 민생과 직결된 수산과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빠른 대책 마련에 대해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4차 산업과 수산의 연계 가능성과 해양 도시의 발전 방향, 한정된 어족자원, 식량의 무기화 등 다양한 위기를 넘기기 위한 대응책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안병길 의원과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오랜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보니 하지 말라는 것이 2가지가 있었는데 사업과 정치였다. 사업에 실패하면 노후가 힘들어지고 비난을 받는 정치판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게 그 이유였다. 많은 고민 끝에 정치를 선택했다. 인생의 후반전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더 큰 봉사를 하자는 이유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정치봉사’라는 생각을 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과거 경험이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 기자는 취재원의 상하를 구별하지 않고 누구하고도 잘 어울린다. 그래야 취재를 잘할 수 있다. 기자를 하면서 어울림을 체득하고 항상 낮은 곳에 있도록 하는 배움을 얻었다. 기자일 때도 사장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을 갖지 않는 것과 모든 사람과 어울리는 힘의 원천은 언론사의 경험 덕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기자와 정치인은 현장을 중시하고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닮아있다. 사회를 통찰해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것 역시 비슷했다. 다만 기자는 사회현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찾아내면 제 역할을 한 거지만 정치인은 그걸 해결해야 하고 답을 제시해야 한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정치현안을 매일 열심히 풀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 바다의 수온 상승을 비롯해 고질적인 중국 불법어획 등 수산분야에서 문제점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과 대책이 있다면

▶바다수온 상승과 중국 불법어획은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연근해어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수산자원의 변동성은 점차 심화하는 상황에서 원양어업도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어로어업을 통한 수산물 증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본다. 생산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양식업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해야 하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연근해어업으로 저렴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수산 자원의 회복과 유지, 양적 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적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더 좋다.

수산업은 식량산업으로서 가치만 있는 게 아니라 환경보전과 레저산업, 바이오 에너지, 의학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가고 있다. 외연적 확대과정에서 늘어난 몸집만큼 R&D집중투자와 정책적인 배려가 이뤄졌는지 중간점검 절차가 필요한 때다.

- 식량의 무기화라는 세계적인 추세가 발생했다. 농해수위 위원으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비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식량안보 비전은 국내와 해외 전략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 먼저 후자에 해당하는 해외 공급망 개선을 위해 관련 법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극소수 대기업만 해외에 곡물터미널을 운영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식량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터미널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경쟁력 있는 해외 곡물터미널을 다수 확보해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해외 곡물의 민관 조달 협력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식량조달사업은 많은 투자비용이 소요되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서 기업 진출을 독려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외 농업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제도적 지원과 함께 곡물 반입 명령에 따르는 기업의 손실 보장 규정을 법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의 유인책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해외 농업·산림자원개발협력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내에 발의할 준비에 돌입했다.

- 반려동물과 관련된 법안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법안 발의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법과 국민 정서 간 속도 차이가 크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국민정서는 반려동물을 단순 동물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할 정도로 빠르게 높아졌다. 하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이 바라는 기대수준이 높아졌지만 관련 법들은 여전히 반려동물을 단순한 가축과 동물로 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에 대한 진료 거부는 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동물에 대한 진료거부는 아직 제한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국민에겐 의아한 제도적 문제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이 결국 사람에 관한 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이 개선되면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사회적 인식이 넓어지면 법과 국민정서의 간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해양 관련된 산업과 내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양 산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을 본다면 어떤 것인지

▶부산 해사법원 설치를 최우선순위로 꼽고 싶다. 노르웨이에 있는 ‘해양전문컨설팅업체’인 메논(Menon Economics)은 격년에 한 번씩 ‘세계 해양도시 보고서’를 공개한다. 종합 순위에 따라 해양도시 명이 기록되는데 올해 1월 발표된 결과에서 부산이 11위를 기록하면서 10위권에서 벗어났다. 해양산업경쟁력이 얼마나 도태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선박수주량과 친환경선박 수주량, 해양기술업체 매출액 등 해양기술분야에서는 세계 1위와 2위를 다투는 데 해사금융과 법률분야에서는 순위조차 매겨지지 못했다. 해사법률전문가와 해양변호사, 해양금융전문가가 부산에 없다고 평가한 것과 같다.

해양고등교육기관에서 전문인력육성 순위도 31위에 그쳤다. 세계 유수의 해양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사법원을 부산에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부산의 해양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사법원 설립을 통해 ‘해양법률인력’의 공급과 ‘해양전문인력’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선박수주도 없고 대규모 선적 항구가 없는 런던이 이번 평가에서 3위를 기록하고 세계적인 해운 도시로 인정받는 것은 ‘해사법률서비스’가 뒷받침한 중개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 안병길에게 정치란?

▶정치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봉사’라고 정의하고 싶다. 권력과 권한이 아닌 봉사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국가와 지역, 서민을 위한 봉사다. 무한한 봉사를 이뤄나가는 게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그 약속을 변함없이 지켜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일관된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가지겠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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