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 간 강원래, 22년 만에 다시 춤추다

메타버스로 간 강원래, 22년 만에 다시 춤추다

기사승인 2022-08-18 18:31:12
그룹 클론 멤버 강원래. 갤럭스코퍼레이션

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는 인기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의사는 말했다. “당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강원래는 놀라 물었다. “정말요? 제가 다시 춤 출 수 있습니까. 일어나 뛸 수 있습니까.” 그러자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은 휠체어를 타고 춤추는 거”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22년 후, 강원래에게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 아바타 ‘아바-강원래’를 통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18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화면으로 만난 아바-강원래는 다부진 턱과 탄탄한 체격, 길게 뻗은 팔다리 등 젊은 시절 강원래를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메타버스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이 20대 때 강원래 사진을 토대로 비주얼을 구현한 결과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두 다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강원래는 “(하반신을) 움직이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바타로 구현한 강원래(뒤)와 강원래. 갤럭시코퍼레이션 


갤럭시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아바-강원래는 모션 캡처 기술로 완성됐다. 그룹 젝스키스, 핑클 등과 작업했던 댄스크루 나나스쿨 안무가들이 춤 동작과 강원래의 얼굴 표정을 각각 모션 캡처한 뒤 합성해 춤추는 아바-강원래를 구현했다. 아직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 강원래가 주문한대로 아바-강원래가 움직이는 수준이지만, 춤 동작과 표정, 목소리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아바-강원래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아바-강원래로 터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메타버스 음악 프로그램 ‘아바드림’(AVA DREAM)도 오는 10월 선보인다. 연예인 24명의 버추얼 아바타가 무대를 펼치면, 패널이 이를 보고 누구의 아바타인지 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원래는 이 프로그램에 앰버서더(홍보대사)로 참여한다. 그는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연예인들의 아바타가 등장해 가족, 팬, 혹은 실제 인물과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강원래는 아바타를 활용한 공연도 추진 중이다. 아직 자세하게 계획하진 않았지만 클론의 또 다른 멤버인 구준엽과도 교감하며 활동 밑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강원래는 “준엽이에게 아바-강원래를 보여줬더니 나와 춤추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했다”면서 “클론 6집 음반 등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아버지로서는 가상 세계에서 아들과 뛰어놀고 목마도 태워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고 후 5년 만에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갔다가 화장실에서 한참동안 울었습니다. 춤추고 싶고, 움직이고 싶고, 별에 별 것을 다 하고 싶었던 마음을 꾹 참고 있었거든요. 요즘 힘든 분들 많잖아요.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도 꿈과 희망을 지키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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