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 논란…“그들, 평범한 2030세대 아냐”

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 논란…“그들, 평범한 2030세대 아냐”

권성동, ‘버터나이프크루’ 성과 비판…5일 만에 ‘사업 재검토’
전문가 “대결 구도 몰아선 안 돼…정치권, 직접 나서 해결해야” 

기사승인 2022-08-24 06:00:17
‘버터나이프크루’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안소현 기자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청년 성평등 문화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4기 사업을 중단한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젠더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남녀 간 의견 충돌도 맞물리면서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잇따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가부는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여당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로 인해 중단했다. 이에 일부 정치인들과 참여자들은 여가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버터나이프크루 4기에 참여한 16개 팀인 ‘버터나이프크루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사업 운영 주체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묻는다”며 “성평등을 얘기하는 저희는 국민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중단에 대해 책임자로서 사과했느냐”고 질문하자 “국민께 사과드렸다”고 했다. 

용 의원이 “버터나이프크루 참여자들은 국민이 아니냐”고 묻자 김 장관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사과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8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제가 학교에서 본 평범한 2030세대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공대위 기자회견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4일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에 대해 “버터나이프는 벌써 4기를 맞고 있는데 남녀 갈등 개선에 무슨 효과가 있었느냐”며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이념을 국가가 노골적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음날인 7월 5일 여가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돼 사업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6월 30일 버터나이프크루 4기 사업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축사와 함께 출범한 지 닷새 만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쿠키뉴스 DB

사업 참가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대위 소속 ‘코린’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건 아니지’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19년 처음 출범한 버터나이프크루는 2030 청년들이 성 평등에 대한 관점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성 고정 관념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이번에 출범한 4기는 6월 30일 총 17개 팀으로 구성됐다. 4기 사업은 지역과 중앙을 잇는 네트워킹 파티, 여성 청년 마음 돌봄 분야 등을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의 분위기가 엇갈렸다. 자신을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사업 중단의 원인이 ‘9급이 어때서’ 발언을 한 권성동 원내대표라는 게 어이없다”며 “권 원내대표 같은 사람이 국회 근무 시간에 비키니 사진이나 검색하고 있어서 세금 들여가며 성 평등 문화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2030 남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여가부 폐지가 ‘여성혐오’냐. 시민단체와 정권 유착의 단면이자 포퓰리즘의 일환”이라고 여가부 자체를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 페이스북에는 “과도한 페미니즘이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사업은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전문가는 젠더 의제에 대해 청년들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로 사안을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책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부분은 대화를 통해 조정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권은 그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버터나이프크루 자체를 두고 청년들의 찬반 의견이 나뉘는 것에 주목하기보다 청년이 젠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20대 남성 중 우리나라에 성차별이 없다거나 여가부가 문제라는 인식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며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추지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한 청년들의 젠더 인식 연구 같은 것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정치권이 젠더 문제를 국민에게 문제를 넘겼다고 전했다. 그는 “서로 누구를 손해 입히거나 경쟁하듯 보이게 하는 것은 정치권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안을 던져 방관하게 한 것. 아쉽다”며 “실질적 갈등 해결을 고민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떤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게 정치권”이라며 “(정치권에서) ‘누가,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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